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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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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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지난달 29일 김태호 후보자가 국무총리직 사퇴 기자회견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글이 화제라고 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김 후보자는 중국의 모택동이 말했다는 '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 즉 '하늘은 곧 비를 내리려고 하고, 어미는 시집을 가려고 하는구나, 가게 놔둬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라는데, 사퇴 이외에 달리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라네요. 모택동의 공식후계자인 임표가 권력내부의 견제를 받고 모반을 꾀하려다 실패하고 도망친다는 보고를 받은 모택동이 한 말이라는데, 모택동과 임표의 관계가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호 자신과 같은 처지임을 빗대어 한 말이라는 겁니다. 다만, 임표는 내부의 견제에 대해 반격을 하려다 실패한 반면 김 후보는 후계공식화 이전에 공격을 당해 낙마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김태호 후보자의 이런 넋두리와 함께 그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 말, "진솔하게 말씀드리려했던 것이 정말 잘못된 기억으로 말실수가 되고 또 더 큰 오해를 가져왔다. 무신불립이라 했는데,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총리가 된들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라며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정작 자신이 왜 불신을 받는지는 끝내 모르는가 봅니다. 아니면 외면하는 것일까요?

다른 한편으론,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입니다. 자진사퇴 보고를 받고 "안타깝다. 모두 능력과 경력을 갖춘 사람들인데 아쉽다"는 말은 대통령의 생각, 인식수준의 좌표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자기희생을 요구하며 선진일류국가 목표달성은 경제성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공정한 사회로 가야만 될 수 있다며 공정한 사회를 통해 갈등과 격차를 해소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뭐가 뭔지 헷갈리고 어지럽지 않습니까? 그래선지 "한나라당이 무슨쓰레기처리장이냐, 상을 잘 차려놓고 걸레 같은 행주로 식탁을 닦는 것이냐"는 한마디로 교통정리를 해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돈'에만 눈이 멀어 도덕적 결함을 눈감았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이제 다들 눈치챘습니다. 이제 더 이상 더러운 행주로 닦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 않겠다는 국민의 메시지를 보면서, 정권재창출이 위험해진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결과라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대부분의 후보들이 4대 필수 과목(위장 전입, 병역 비리,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1(논문 표절)에 중복으로 해당된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이미 알고 있는 문제라고 당당해 했었고, 한나라당은 '과거를 추적하는 과거 지향적 청문회', '능력과 비전을 알아보는 생산적 청문회가 돼야', '정책 검증은 제대로 못하고 의혹이나 늘어놓고 있다'던 정부여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에서 국민들에게 '보수정권=부도덕'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그리 되면 정권 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자진사퇴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깨끗한 정치가 목표가 아니라 정권재창출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조현오 경찰청장 등 나머지 후보들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은 걸레로 닦은 식탁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가 보다 생각하니 날씨보다 더 무덥고 짜증이 납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지금, 선진국 대열에는 좀 천천히 가더라도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좀 덜 고달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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