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에 맞는 인사시스템
국격에 맞는 인사시스템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0.08.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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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당진)

8·8 개각으로 인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검증에 돌입하면서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은 위장전입부터 위장취업, 부동산투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부 인사들의 낙마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23일부터 이어지는 인사청문회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과거에는 낙마하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대충 사과 한마디로 넘어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후보자의 단골메뉴라 할 만큼 불거지는 위장전입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위장전입에는 부동산투기 목적과 자녀교육을 위한 두 가지로 압축되는데 인사권자인 청와대의 내부 기준은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용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 이야기가 나올 만큼 너무나도 관대한 게 사실이다.

이제 국민들도 익숙할 정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 대부분이 그런 전철을 밟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여당 일부에서는 국민정서와 친서민 행보와 어긋난다며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지만, 여당 내 다수 목소리에 묻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야당의 무기력한 검증과 맞물려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 국회 내에서 미국의 청문회를 본받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양국의 청문회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지만, 미 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앞으로의 정책에 대한 소견을 묻는 자리다. 공직 후보자는 최소한의 도덕성은 깨끗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공직 후보자는 일년 가까이 철저하고 세부적인 면까지 조사해서 후보자를 선정, 검증하고 인준을 받을 만큼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미 청문회에 한국의 장관 후보자가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첫 번째 FBI 조사에서 모두 탈락될 가능성이 많을 정도로 치밀하다. FBI와 백악관 인사국, 윤리위원회 등에서는 후보자의 개인 생활은 물론, 교통범칙금과 음주운전 여부까지 체크된다.

병적기록부가 없어서, 학교가 없어져서, 서류의 분실 등의 변명이 통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의혹 자체가 있는 경우, 그에 따른 자료가 없다면 그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서 엄청난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국은 후보자가 사퇴하게 만들었다. 공직의 벽이 그만큼 높다 보니 도덕적으로 잘못한 사실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아예 꿈조차도 꿀 수 없게 된다.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지면 치명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와 비교할 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인사청문회를 시행한 지 10여년이다.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해 도입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똑같은 문제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제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의혹이 터져 나온 사안을 결점으로 보지 않은 잣대가 문제인 것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국회로 넘어 가면 청문회에서 제대로 해야 된다. 증인출석제도 개선과 공직 부적격판정 기준보완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한마디로 고위 공직자에게는 보통의 국민보다는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도덕·법률적 하자로 인해 발생하는 국력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매번 반복되는 정치청문회를 막기 위해서도 국격에 맞는 인사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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