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8.17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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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여름이 가고 있다. 입추와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 말복도 지났다. 폭염이니, 찜통더위니, 가마솥더위니, 불볕더위니 하는 더위를 나타내던 온갖 수식어도 살랑 부는 바람에 밀려날 전망이다. 아직 에어콘이 긴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녹아드는 듯한 더위는 한풀 꺾인 듯싶다.

여름더위를 몰아낸 데는 폭우도 한몫했다. 지난주 내린 장대비는 우리나라를 온통 물로 채워넣을 듯 쏟아부었다. 게릴라처럼 뿌려대던 비는 전국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물난리를 겪었다.

전북과 전남은 닷새째 내린 폭우로 주택이 침수되고, 차량 유실과 농경지 침수 등 막대한 피해도 입었다. 내륙지방인 청주는 타지역에 비해 비 피해가 덜한 편이지만 청주시내 상가와 가로수길 등 도로가 한때 물에 잠기기도 했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무심천 물 역시 금세 물길로 거대한 황색 물줄기를 이루었다.

제방을 넘보며 불어난 물길에 차량 통제와 긴급 대피로 물난리를 대비했다.

이처럼 유난히 더운 2010년 여름을 보내며 머리에 스치는 생각은 자연재앙이다. 지구 온도가 사람의 체온인 36.5도에 육박할 정도로 근접해가는 여름 날씨는 우려를 현실로 보여주는 듯하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온대기후에서 계절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온이 상승하는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음을 몸으로 느낀다.

실제 국립해양연구원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남해 수온을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표층수온이 평균 0.2~1.7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온 상승으로 인해 명태가 사라지고 대왕오징어가 잡힌다는 소식이다. 또 최근 동해안에는 2천 마리가 넘는 고래떼가 나타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돌고래, 낫돌고래, 밍크고래 등이 무리를 지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기온 상승이 원인이다.

기상 예측은 한발 더 나아가 70년 후엔 서울과 인천도 아열대 기후로 변해 제주도와 비슷해질 거란 전망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공개한 '아열대 기준선 변화도'에 따르면 2100년이면 충청지역도 아열대기후권에 들어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4도가량 상승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4도라는 기온 변화가 가져올 자연의 변화는 단순히 생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더구나 한국의 기후 변화 속도는 삼면이 바다인 탓에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는 기상연구소의 분석이다. 온난화의 가속화 보고처럼 올여름 소나기와 강풍과 천둥, 번개, 폭염과 폭우 현상은 곧 일어날 지구 재앙의 징후이지 않을까 싶다.

2001년 국제기후변화회의보고서를 보면 "조금만 온도가 상승해도 극적인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북반구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나고, 아프리카는 가뭄이 극심하며, 태평양에서는 엘니뇨현상이 심하다"고 전한 바 있다.

수십 년 동안 공장들과 자동차들이 대기 중으로 뿜어낸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가 오염물질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해 왔지만, 자국의 개발논리 앞에 그 결과는 미미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조차 성장의 이름 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이다.

늦었다는 회의론자도 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만고의 진리마저 뒤흔드는 기온의 변화에 우리의 대처자세를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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