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단(壟斷)
농단(壟斷)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11 2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맹자의 진시편에 농단(壟斷)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좋은 위치에 앉아 돈이나 권력을 독차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제선왕 시절이었다. 맹자는 벼슬자리를 내놓고 고향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조정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왕은 시자라는 관리를 급히 맹자에게 보냈다. 시자는 왕명을 받고 왔다며 맹자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후한 조건을 내걸었다.

"선생님, 임금께서 서울 한복판에 대저택을 마련해 드리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녹봉으로 일 년에 만 냥을 하사하겠다고 하니 관리들을 자주 교육시키고, 국사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마운 일이구먼. 하나, 나는 녹봉으로 10만 냥을 주겠다는 벼슬자리도 사양한 적이 있는 사람이오. 돈이 탐나면 그때 그런 벼슬자리를 차고앉았지 왜 이러고 있겠소"?

"그럼 만 냥의 녹봉이 적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임금님이 임명하겠다는 벼슬자리가 마음에 안 드신다는 건지요"?

맹자는 즉답 대신 시자에게 장사로 돈을 엄청 번 한 사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큰 부자가 되는 게 소원이었던 한 사내가 돈 버는 데는 장사가 제일 빠른 방법임을 깨닫고 장터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차가지로 전(廛)에 옷이며 갓, 짚신, 농기구 등을 펼쳐놓았으나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자 그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잘 보이는 언덕으로 전을 옮겼다. 그리고 장터에서 무슨 물건이 잘 팔리나 유심히 살폈다. 그는 며칠 동안 살핀 뒤 잘 팔리는 물건을 떼어다 전에 펼쳐놓았다. 그러자 물건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는 그 자리를 다른 장사꾼들이 차지하지 못하게 장날이면 제일 먼저 나와 물건을 펼쳐놓았다. 나중에는 그 자리를 넘보는 사람에게 돈을 찔러주는 등 부정한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 후 그는 그 자리를 오랫동안 독점하여 큰돈을 벌게 되었다. 그러자 다른 장사꾼들이 그에게만 왜 언덕 자리를 혼자 사용하게 하느냐고 장을 관리하는 아전(衙前)에게 항의를 하였다. 그러자 아전은 그에게 세금을 매겨 다른 장사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세금을 부과 받은 그는 죽어도 못 내겠다고 뻗댔다. 지금까지 장터에서 장사를 오랫동안 해 왔어도 세금을 낸 사람이 없는데 왜 유독 나한테만 세금을 걷느냐고 아전에게 욕바가지를 퍼붓기 까지 하였다.

시자는 맹자 이야기를 다 듣고 토를 달았다.

"장사꾼이란 욕심이 없으면 큰돈을 벌기 힘들지요. 그리고 그 사람이 물건을 잘 팔아먹기 위해서 남다른 머리를 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은 칭찬할 만하지요. 물론 돈을 많이 벌었다고 배 아파 해서도 안 됩니다. 그건 소인배들이나 갖는 생각이지요."

"그렇다면 장사꾼 그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씀인가요"

"좋은 자리 덕분에 큰돈을 벌었는데도 그 고마움을 모르니 철면피나 다름이 없지요."

"선생님, 사람은 은덕을 입으면 그에 못지않은 보답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군요."

맹자는 큰 짐이 될 거 같아 임금의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하고 끝내 고향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요새는 덩치가 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의 CEO를 모집하면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우르르 몰려든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억, 수십 억 원의 연봉과 막강한 권한에다 만방에 이름까지 날리니 탐내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나?

물론 그런 자리는 과중한 업무에 책임 또한 막중해 아무나 앉을 수는 없다.그래서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거액의 연봉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찌할 건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