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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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0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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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원작이 뮤지컬인 작품을 보지 못해, 영화로 나온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2009)'을 보면서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다. OST 중의 하나인 '나를 생각해 줘요(Think of Me)'의 가사와 선율은 아직도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뮤지컬 배우란 감정 표현을 아끼지 않고, 자신만의 아우라를 표출하는 폭발력이 대단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뮤지컬 예술 감독 박칼린(Kolleen Park). 그가 요즘 한창 뜨고 있다고 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한 공중파 방송의 주말 오락 프로그램에서 음악 감독을 맡게 되면서, 놀랄 만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명성황후'와 '시카고' 등 다수의 굵직하고 성공적인 뮤지컬의 음악 감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박칼린의 이름 석 자가 내 기억창고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몇 년 만에 다시 얼굴을 본 셈이다.

1967년에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박칼린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악작곡학을 전공했으며, 명창 박동진(朴東鎭, 1916~2003)에게 소리를 전수받기도 한 독특한 배경과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박칼린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몇 년 전의 그는 어떤 생각과 말을 하면서 살고 있었는지를 추적해 보았다. 현재의 각광 받는 모습이란 것을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횡재처럼 다룰 순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과거적 존재의 모습이 씨앗이 되어 현재의 그 사람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박칼린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추적되었다. 그가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날것처럼 내뱉은 말과 우울하고 힘들 때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담고 있는 내밀한 고백이 그것이다.

"감정의 끝까지 따라가 보고 싶어요. 감정의 규모, 엄청 크잖아요.", "감정이 돌아가고, 세포가 살아있는 느낌요.",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노래가 나오고, 더 이상 몸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춤이 나오죠.",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제4의 벽을 깨죠플랫폼 장르(platform genre)인 뮤지컬은 아무런 벽도 없이 관객과 직접 맞부딪쳐요." 박칼린은 뮤지컬의 남다른 매력에 대해 속사포처럼 진술(陳述)했었다.

"하루 (동안) 꼬박 울어요. 그리고 (툭 털어버리고) 나타나요.", "여행을 떠나요. 자연 여행요. 산이나 물 같은 걸 보러미국의 사막을 좋아해요. 요세미티, 그랜드 캐니언 같은. (그곳에서) 아, 나는 인간이구나. (깨닫죠.) 막 세포가 살아나요.", "특히, 햇살(을 좋아해요)!" 박칼린이 지치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자신을 북돋우는 방법은 눈물겹도록 진솔(眞率)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한 힘은 없습니다. 하기 싫은 일은 두들겨 패도, 그 사람이 안 즐기면 절대 퀄리티 있는 일 안 나와요"라는 박칼린의 말은 몇 번을 곱씹어 봐도 진국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을 통해 감정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그를, 나는 거침없이 "마에스트로(maestro)"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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