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7.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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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7.28 충주 보궐선거는 윤진식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정권 심판론과 인물론이 맞섰던 이번 선거에서 충주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역임한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적으로는 보궐선거 이슈로 등장한 민주당의 'MB정권 심판론'이 만만치 않았으나, 충주 유권자들은 두 달 전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견제와 균형 심리, 인물론, 지역발전론을 더 귀담아 들은 듯해 보이는 선거였다.

맹정섭 무소속 후보의 정치적 결단으로 정기영 민주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가 성공했지만, 결과로 보면 커다란 변수가 되진 않았던 모양이다.

두 달 전 끝난 6.2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와 우건도 충주시장, 충북도의원 3명, 시의원 19명 중 10명을 몰아줬던 이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이 이번에도 유효할지 여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으나 이번엔 한나라당을 선택함으로써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했다.

충북만을 놓고 보면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지자체와 지방의회라는 지방권력을 처음으로 장악해 여·야가 뒤바뀐 형국에서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중앙당 차원 선거지원 역시 불을 뿜어내면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회초리를 많이 맞았다. 깊이 반성했으니 총리감을 국회로 보내달라"며 호소하다시피 했던 선거였다.

민주당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정조준하며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자. 막가는 정권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며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정치적 이슈나 지방권력 구도만을 놓고 본다면 여당에 결코 유리한 국면은 아니었으나 결과를 놓고 보면 한나라당은 체면은 살렸다. 충청권에서 송광호 의원이 유일했던 의석이 한 석 더 늘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역시 '지방선거 참패'라는 '악몽'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판으로 바뀐 지방권력 견제라는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충북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에 대한 동정도 작용했다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35석(교육위원 포함)의 충북도의회 의석 가운데 4석(11.4%·비례대표 포함)을 얻는 데 그쳐 민선5기 내내 소수당 굴레를 벗기 어렵다. 개원 초기 이미 몇몇 사안을 놓고 한나라당 소속 일부의원이 날을 세웠지만, 수적 열세 탓에 속만 끓이는 형국이 됐다. 쟁점이 됐던 사안의 평가와 별개로 여론은 다수당의 거드름을 보는 것 같아 곱지 않았다.

도의회 정당별 의석 구도와 행태를 이번 선거 결과와 연결 짓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도의회는 보선 결과에 드러난 민심의 견제심리를 곱씹어야할 측면이 있다.

민주당 일색의 도의회가 집행부와 '통정관계'로 비치는 국면이 이어진다면 도정 불신이라는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민주당은 모처럼 장악한 지방권력에 대한 경고음이라 여겨도 좋을 듯싶다.

한나라당은 '민심의 선처'라 표현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듯한 선거 결과를 직시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윤진식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인물론과 지역발전에 승부를 걸어 당선된 만큼 '이름값'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이번 선거에서 윤 후보를 총리감이라 치켜세웠던 것이나 공약으로 내걸었던 숱한 지역개발 사업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8석 가운데 6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이나 지방권력과의 적절한 경쟁과 협력관계 역시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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