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환지(立體換地)'도입
'입체환지(立體換地)'도입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0.07.25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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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 <당진>

국토해양부가 지난 13일 새로 제시한 '입체환지(換地)'의 기존 도시 및 신도시 개발방식은 보상민원 감소와 원주민 정착률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토부는 서울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독산·시흥동 일대 68만에 국내 최초로 입체환지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입체환지란 도시개발 과정에서 기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원주민이 개발 사업 후 현금 대신 토지와 건물로 보상받는 것이다. 원주민은 현금 보상을 받거나, 개발이 끝난 토지와 건물로 보상받는 방법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현재의 전면 강제 수용 방식보다 유연한 개념이다.

이런 비슷한 방법은 이전에도 시행된 적이 있다. 지난 70년대 서울 강남의 개발까지는 이와 유사한 토지구획 정리 방식이 많이 활용됐다. 토지주가 조합을 결성해 단지를 개발하고 도로, 공원 등의 감모율에 따라 지주에게 토지를 재분배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수도권 일원에서 대단위 신도시 개발붐이 일어나자 전면 강제수용 방식으로 급전환됐다. 대규모 토지를 개발하고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인해 막대한 시세차익이 창출되자 개발 주체들이 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부터 개발 사업자들이 수익을 독식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도시개발 지역에는 주변 땅값 상승을 노린 투기 광풍이 휩쓸고 강제수용 방식을 두고 보상 갈등이 고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서민들은 또 다른 도시빈민으로 전락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 했다. 투기 바람으로 개발 이후 집값 급등으로 원주민의 정착률은 불과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입체환지 방식의 도입이 이 같은 개발사업의 부작용을 제거해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고 보상비의 부담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국책사업 등 각종 도시개발사업에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해경제특구 송악지구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중단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생존권 수호에 나서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의 사업 중단 속내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자금이다. 보상으로 인한 막대한 자금부담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주민들은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사업자가 판단한 만큼 이제는 깨끗이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제특구 지구 지정 철회를 충남도·황해청에 정식 요청하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지지부진한 협약내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가 사업성 운운하며 주민을 상대로 시간 끌기에 나서는 것에 대해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제반 여건이 좋아지면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년 전에 한화가 사업자로 참여할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현재보다 더 체감지수가 어려웠다. 황해청은 제3의 사업자 선정 등 원만한 경제특구 사업 추진 입장을 밝혔다. 전제 조건으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경기 부양책을 제시했다. 제3의 사업자를 찾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지만 각종 제도를 수정해 사업자를 위한 편의를 주는 만큼 주민 입장도 헤아려야만 한다.

지구 지정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주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개발은 무의미하다. 한화, 제3의 사업자의 한결같은 고민은 막대한 각종 보상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체환지 방식이라면 이를 최소화하고, 지역 공동체 붕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인간미 넘치는 개발기법의 확대 도입과 함께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보상제도 개편이 절실하다.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해도 진심은 또 다른 진심을 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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