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나무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나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7.21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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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청주예술의전당서 민병구 개인전 '로정 2'
전국 곳곳 소나무·플라타너스 그린 작품 30점 선봬

"차를 세우고 몇 시간을 앉아서 나무를 스케치하고 한참을 바라보면서 나무의 크기에 따라 연륜이 주는 세월의 무게, 느낌, 조형감에서 나도 모르는 기운을 느낄 때면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무대미술가로 전국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화가 민병구씨(사진)가 '로정 2' 개인전을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1전시실에서 연다.

인생 여정에서 예술적 모티브가 된 소나무와 플라타너스를 소재로 그린 30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만난 나무는 제각각의 느낌으로 다가와 작업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는 말처럼 나무는 그에게 벗과 같다.

사계절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청주 가로수길 플라타너스는 그래서 작가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가로수길 따라 아침 저녁 학교를 다녔는데, 언젠가 이 풍경을 그려보리라 생각했다"는 민 작가는 "풍상에 일그러진 가지와 겹겹이 껍질 등 나무의 사계절을 스케치하면서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접할 때면 숙연함마저 느꼈다"고 전했다.

민 작가의 작품 속에서 만나는 플라타너스는 원경이 대부분이다.

서로서로 맞대고 자란 나무가 피워내는 조화는 봄에는 연둣빛으로, 여름엔 초록으로, 가을엔 노란 색으로 채색된다.

이 색의 조화도 겨울의 유백색 눈으로 덮여 시린 풍경을 보여준다.

나무를 연작시리즈로 보여주고 있는 그는 "나는 눈으로 확인하며 관찰하고 신뢰되는 사실만을 그린다"며 "한 번으로 나무를 다 보여줄 수는 없는 만큼 실경의 감흥을 지속시켜 사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그리고 싶다"고 들려줬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소나무도 만날 수 있다.

휘어지고 튀틀어진 형체에서 뾰족 드러난 푸른 잎은 강인한 민족 정신을 보여주기도 하고, 올곧음을 자랑하기도 한다.

바람 따라 흔들릴 듯한 푸른 솔잎은 작가의 손끝에서 새 생명력으로 살아움직이고 있다.

미술작품과 더불어 간간이 써왔던 글도 이번 전시에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글 역시 나무가 준 감흥처럼 인생 여정에서 하나씩 건져올린 것들이다.

"느낌을 열어 놓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는 민 작가.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말이나 행동은 천진난만한 모습이 가득한 그는 "자연과 마주함으로써 가슴에 파고드는 생생한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겠다"며 예술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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