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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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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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자린고비는 조선시대 충청북도 음성에서 살았던 조륵이라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설화로 지독하게 재물을 아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린 시절에 머슴 노릇을 했던 조륵은 가난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조륵과 아들이 밥상을 앞에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들이 밥 한 숟갈을 떠먹고는 천장에 매달아놓은 조기를 두 번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젓가락을 내던지며 돼지 목 따는 소리로 아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야, 이놈아! 밥 한 숟가락 쳐 먹고 조기를 두 번 쳐다보면 되겄냐?"

"아버지, 조기를 두 번 쳐다본다고 닳기라도 허나요?"

"이놈아, 조기가 닳을까 염려가 돼서 그런 게 아니고 네 정신머리가 틀려먹어서 허는 말이여?"

아들은 아버지의 지독한 구두쇠 작전에 정나미가 떨어져 밥을 먹다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왔다. 그 뒤 조륵은 조기 대신 조기 모양의 그림을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기를 팔러 온 생선장수가 조륵 집 대문 앞에 지개를 받쳐놓았다. 그러자 며느리가 부엌에서 쪼르르 달려와 목판 위에 놓여있는 조기를 고르는 척하면서 창자가 터지도록 주무르다가 생선장수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며느리는 부엌으로 돌아와 함지박에 물을 떠놓고는 조기 냄새가 배어 있는 손을 씻었다. 그리고 그 물에 양념을 넣고 국을 끓여 밥상에 내놓았다. 며느리는 자랑삼아 그 사실을 실토하였다. 그러자 시아버지 조륵은 혀를 끌끌 차며 "어허! 너도 생각이 조금 짧았구나. 큰 독에다 물을 가득 부어놓고 손을 씻었으면 그 물로 여러 차례 국을 끓여 먹을 수 있을 텐데 아깝구나." 하고 며느리를 나무랐다.

한때 우리나라 일부 계층에서 절약보다는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큰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배기량이 많은 승용차, 식품 창고 같은 큰 용량의 냉장고, 이불도 거뜬히 빨 수 있는 큰 세탁기, 선풍기 수백 대를 돌릴 수 있는 전력을 소모하는 대형 에어컨 등 경쟁적으로 큰 것을 좋아했다. 아니, 일부 계층에서는 이런 현상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 다소비제품들은 탄소 배출량을 늘려 지구의 온난화를 부채질 한다는 걸 잊고 있는 거 같다.

일 년 중에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가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시기이다. 가정, 사무실, 음식점, 대형 유통 매장 등에서 냉방기를 가동하느라 전기 소모가 급격히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정부 청사나, 지자체 사무실, 대형 판매 시설 등의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26도) 이상 유지하도록 규제할 모양이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까지 물린다고 한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미국에서 자동차용 전기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 기공식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 이는 미국 같은 선진국도 클린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점을 대통령이 몸소 보여 준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기업들이 EMS(Energy Management System : 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기업의 에너지 절감 운동은 개별 부서가 현장 개선 차원에서 중구난방식으로 펼쳐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절감 목표를 전사적으로 설정하고, 표준화된 시스템을 적용하여 체계적으로 에너지 절감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제품뿐 아니라, 생산 시스템까지 저에너지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 기업에서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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