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 이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7.19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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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문화교육부장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에 대해 나의 수준을 가늠하는 평가가 학업성취도 평가다. 기초적인 문제를 시험으로 출제해 이에 미달하는 학생들에게는 수업방식이나 수업 지도를 개선해 효과적으로 공부하도록 지도한다는 것이 평가의 취지다.

취지를 보면 이상적인 학업 평가다. 개인별 맞춤 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학업을 공신력 있는 정부에서 평가한다니 누구보다 믿을 만한 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그러나 시작부터 삐걱댔다.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낸 학생들이 시험거부로 의사를 표했고, 학부모 간, 교사 간 이견이 돌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전국에서 190만명의 학생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대상이었다. 이번 평가는 주요 과목에 한해 실시했다.

하지만 '평가'라는 명목 때문인지, 평가는 평가로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개인 평가에서 한술 더 떠 학교 평가가 된 느낌이다. 실제 충북 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평가지의 정답을 가르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내용을 보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풍경()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오답을 기재한 학생 2~3명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가 하면, 10자 내외로 답을 적는 국어문제에선 문장을 줄여보라고 말하고, 오자를 알려주고, 잘못된 기호를 수정해 알려주었다고 한다. 객관적 평가가 우선돼야 할 시험에 교감과 교사들이 앞장서 정답을 알려준 꼴이다.

비록 일부라곤 하나 시험 당사자도 아닌데 교사나 학교 측이 학생들의 기초학력평가에 왜 이리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일까 학력저하 학생이 많을수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나 학교 측에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책임 전가가 가장 큰 이유라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결국 학업성취도 평가는 또 다른 방식의 교사와 학교 평가인 셈이다. 교육 선진화니, 참교육이니 하고 떠들었어도 평가의 불똥은 학교나 교사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상 조사에 나선 도 교육청은 "불미스러운 행동은 일부 확인됐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교사는 발견됐지만 정답을 직접 가르쳐준 교사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이 무슨 괴변인지. 이리저리 돌려봐도 진정성 없는 말은 모두를 씁쓸하게 할 뿐이다.

이번 평가에 임한 학교를 보면 마치 7~80년대 학교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무슨 평가인지도 모르면서 공부 잘하는 친구가 손을 들고 "문제 7번에 4번이 잘 안 보여요"라고 하면 모두가 7번의 정답을 4번으로 적던 시절 말이다. 꼴찌학교라는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며 교사들이 솔선수범()해 일러준 시험 방식이었다.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참으로 무지의 소치였던 행태들이 지금도 버젓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 현실이 난감하고, 올곧은 교육을 지향해야 할 교사의 자세를 생각하면 난감하다. 비교육적 사건들이 교육 현장에서 스스럼없이 진행되고 있는 불감의 교육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진무구한 학생들을 성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에, 기성세대 스스로 제대로 된 평가가 우선돼야 하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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