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불유경(行不由徑)
행불유경(行不由徑)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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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의 기업채근담
송재용 <작가>

행불유경(行不由徑)이란 지름길로 다니지 않는다는 말로 당장의 이익을 위해 떳떳지 못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한편으로는 정당한 방법을 택해 먼 날의 더 큰 이익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느 날 공자가 무척 아끼는 제자인 자유가 고을의 수령으로 임명되었다. 공자는 축하도 해 줄 겸 걱정되는 게 있어서 자유를 찾아갔다.

"자유야, 수령이 된 걸 축하한다."

"선생님, 이렇게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공자는 차를 마시고 나서는 자유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네가 수령으로 소임을 다 하려면 훌륭한 부하직원이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있느냐?"

"네, 있습니다."

"그 사람 인품이 어떠하냐?"

"이름이 멸명이라 하는데 그는 아무리 바빠도 샛길이나 지름길로 다니는 법이 없습니다."

"음, 관리로서 인품이 그 정도면 존경은 못 받아도 나쁜 짓은 하지 않겠구나."

"그뿐이 아닙니다. 모친이 돌아가셨는데도 관가에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귤을 재배하는 농사꾼이 맛을 보라고 귤 몇 개 갖다 줘도 절대로 받아먹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음, 그런 사람이라면 자유 네가 모든 일을 맡겨도 안심이 되겠구나."

요사이 기업을 공개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자산 가치를 부풀려놓는 바람에 주식이 거래소에 상장되자마자 공모가 이하로 뚝 떨어져 일부 투자자들이 속을 끓이는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 공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주와 상장 업무를 맡은 증권회사, 기업 평가 기관 등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짝짜꿍이 되어 미인 기업으로 분장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 저축은행들은 수익률이 높은 PF(Project Financing)에 지나치게 자금을 쏟아 부었다가 부실화되어 도산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국민 혈세를 투입하여 명줄은 이어 줄 모양이다. 이는 한마디로 똥 싸놓은 놈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치우는 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리고 중소벤처기업이 피 눈물 나는 노력 끝에 개발해놓은 신기술을 대기업이 비겁한 방법으로 탈취해 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망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는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격에다 파렴치(破廉恥)한 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요사이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착한 기업> 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다.

착한기업이란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기업으로 첫 번째 책임은 상품을 판매하여 이익을 내면서 적절한 임금을 주고 인원을 고용해야 한다. 두 번째 책임으로는 회계의 투명성과 성실한 세금 납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실천하고, 세 번째는 윤리적 책임으로 환경경영을 통하여 저탄소 녹색 제품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책임은 기업의 이익 일부를 자선, 교육, 문화, 예술 활동 등에 지원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권장사항으로 명문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 기준이 선진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니 수출 위주 기업들은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앞으로는 <착한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면 기업이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만 추구한다는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릴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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