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 이대로 좋은가
문화재 관리 이대로 좋은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7.11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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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지난 6월말 단양 금굴을 다녀왔다.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이융조 교수와 발굴현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동굴유적인 금굴을 찾았던 것이다. 탐방객은 어린이들과 가족들 40여명으로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유적지를 배우기 위해 무더위도 가랑곳하지 않았다.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수풀을 헤치고 찾은 금굴은 구석기인들의 삶터답게 커다란 입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 구석기문화의 중요한 유적지라는 이융조 교수의 말씀을 들으며 어린이 참가자들은 미래의 고고학자 꿈을 키우는 중이었다. 금굴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역사를 열정적으로 풀어내는 이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모두 옛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금굴을 설명 듣고 굴 안으로 들어갔던 일행은 놀라운 사실을 목격했다. 컴컴한 동굴 벽에 사슴과 코끼리와 같은 벽화가 어슴프레한 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그어진 동물의 형태는 생생한 구석기인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마침 이 교수님의 구석기 유적에 관한 설명을 들었던 터라 참가자들은 놀라운 발견의 기쁨에 순간 들썩였다. 이 교수님도 금굴에서 벽화는 처음 보는 것이라고 하셨다.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이니만큼 자세히 알아보겠다시며 일단 참가자 모두 함구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동굴이라 어두웠지만 사진 속에는 코끼리의 귀와 사슴, 곰 모양의 동물 형태가 선명했다. 참가자들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벽화 발견에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어린이들은 그 많은 상상력을 더해가며 고고학자가 되어 행복한 추리소설을 쓰곤했다. 그러면서 우리만의 비밀이 새로운 역사가 되길 은근 기대하기도 했다.

단양 금굴을 탐방하고 돌아와 이틀이 지났을 때 이융조 교수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단양 금굴 벽화에 대해 알아보니 최근 EBS 교육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그려넣은 것이란 설명이었다. 구석기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교육 다큐프로그램을 금굴에서 찍었는데 동굴에 마구 벽화를 그려넣은 것 같다는 것이다.

EBS 교육원이라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그런 공적인 기능을 가지고 방송하는 매체가 가장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다. 무엇이, 어떤 행위가 교육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는 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게 기가 막힐 뿐이다.

더구나 구석기 동굴 벽화이길 기대했던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무어라 설명해야 하는지, 보여주기 좋은 것을 위해선 남이 보지 않으면 다 해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융조 교수님도 단양 군청에 EBS 교육원 측에 분명한 문제제기를 요구했다면서 구석기인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행한 것 같은데 문화유적에 대한 분명한 훼손 행위라며 잘못을 지적했다.

문화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인적이 드물고 보는 사람이 없다고 아무렇게나 훼손해선 안 된다.

아무리 좋은 결과도 과정이 잘못되면 진정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좋은 영상만 만들면 된다는 식의 그릇된 생각은 결국 우리의 문화 후진성을 보여주는 꼴이다.

이에 대해 세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원상태로의 복원도 당연하다.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적은 사라지거나 훼손되면 복원이 힘들다.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관할기관이나 문화재를 활용할 목적으로 접근하는 개인이나 단체 역시 스스로의 검열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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