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버릴 것은 버려야 성공한다
지자체장, 버릴 것은 버려야 성공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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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어느 회사 채용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장대비가 몰아치는 어느 밤길에 운전을 하다,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서 있기도 힘든 병약한 노인,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의사, 그리고 자신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 그런데 차에는 딱 한 명밖에 태울 수가 없다. 누구를 태울 것인가?

이런 경우 사람들은 노인을 구하자니 생명의 은인을 저버리게 되고, 은인을 구하자니 평생 한 번 만나기 어려운 이상형을 놓치게 될 것 같고, 이성을 구하자니 죽을지 모를 노인을 외면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 같아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최선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없다고 본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데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선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도덕적으로 볼 때는 노인을,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의사를,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이상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차 키를 의사한테 줘 노인을 태우고 병원에 가도록 하고, 자신은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며 데이트를 즐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차를 버려야 은혜도 갚고 생명도 구하고 사랑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꽉 쥔 손으론 아무것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손가락을 펴 잡고 있는 걸 놓아야 새로운 걸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도, 조직 관리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지난주 3991명의 지자체장이 민선 5기 업무를 시작했다. 관내에서도 35명의 지자체장들이 새로운 자치시대를 다짐하며 4년간의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지역발전과 주민 복지를 위해 헌신(獻身)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며 말이다.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초지일관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충북지사가 내건 '함께하는 충북'에 기대를 걸어 본다. 서민과 지도층, 젊은 층과 노년층, 청주권과 비청주권, 농촌과 도시가 함께하는 충북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말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장애물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를 달리하는 정치권과 지역민의 마음을 결집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정파·계층·지역 간 갈등 등 다양한 불협화음을 합리적으로 해소·관리하여 모두가 화합 단결 함께하는 충북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자면 우리 편만 대변하는 편파적인 그릇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민 전체를 대변하고 아우를 수 있는 넓은 그릇이 돼야 한다.

칼자루를 쥔 자가 먼저 사심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먼저 손을 내밀고 낮은 자세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전임자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선거에 패배한 다른 낙선자의 손도 잡아줘야 한다.

이들과 이들을 추종하는 계층의 협조가 '함께하는 충북건설'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야 그곳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본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 모두의 열정과 지혜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지자체장들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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