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화제>분노도… 경계도… '동반 폐기'
<주말화제>분노도… 경계도… '동반 폐기'
  • 홍순황 기자
  • 승인 2010.07.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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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 그후…
연기군 남면 양화리 주민들을 비롯한 세종시 사람들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마을회관을 찾은 기자에게 할머니가 과자를 내놓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유 이제 한시름 놨네. 이제는 정말 행정도시가 원안대로 건설되는 거지"

9개월여를 끌던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후 이틀이 지났다.

그 사이에 600여 년 동안 조상 대대 터를 잡고 살아온 연기군 남면 양화리 주민들을 비롯한 세종시 사람들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얼마 전까지도 이곳 주민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는 분노와 경계 아니면 철저한 외면이었다.

행정도시 예정지, 원주민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수많은 정치인이 다녀갔고, 그로 말미암아 많은 상처를 받았던 탓일께다.

마을 입구의 들에서 비료를 뿌리시는 할아버지의 표정엔 힘든 기색이 없다.

마을회관을 찾은 기자에게 과자를 수북이 내오는 할머니의 시골 인심도 수정안이 발표되기 전으로 다시 돌아온 듯하다.

김 모 할머니는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는데 왜 그동안 헛고생하고 시간을 낭비 한겨. 이제 우리들의 뜻을 알아차렸으니께 빨리빨리 원안대로 공사하겄지. 설마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질질 끌지는 않겠지"라며 조금은 여유로운 속내를 내비친다.

둥구나무 아래 담소를 나누고 계시던 할아버지들도 "앞으로 세종시가 어떻게 될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수정안이 폐기됐으니까 원안대로 잘하겠지."라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장밋빛 희망에 들떠 있진 않지만, 세종시에 대한 기대감은 숨길 수 없다.

마을을 나서며 첫마을 공사현장을 둘러봤다.

바쁘게 움직이는 인부들의 모습. 현장 곳곳에서 연신 움직이는 크레인과 굴착기. 자욱한 먼지를 날리며 비포장길을 달리는 덤프트럭 등 공사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왠지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는듯하다.

물론, 앞으로 세종시가 어떻게 추진될지에 대해 정부와 충청권의 견해차이는 있다.

충청권은 9부2처2청 등 정부부처가 이전하는 원안에다 수정안에서 약속한 과학벨트 및 기업의 세종시 유치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플러스 알파를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처이전과 과학벨트+기업유치는 동시에 이뤄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일들이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지금 세종시 사람들은 안도속에서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세종시 원안건설 결정이 이들에게 가져다준 큰 선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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