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모셔야 합니다
밥을 모셔야 합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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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병기 <증평 형석중학교 교사>

밥을 모신다는 것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겁니다. 밥은 우리의 입에 오기까지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빛과 물과 바람과 흙의 양분을 고르게 먹고 산 생명체입니다. 이 생명은 사람의 목숨과 같은 무게를 지닙니다. 사람의 목숨과 더불어 존중을 받아야 하는 귀한 존재입니다. 그 생명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은혜를 몸으로 받아 아름답게 씨를 맺는 동안 착하고 순하게 자란 살아 있는 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입으로 올 때에는 하나도 남김없이 살과 피와 뼈가 되어 그대로 내 몸이 됩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입은 공동묘지의 입구입니다. 죽음의 무덤입니다. 죽은 것을 모시기 때문에 그들의 저승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밥을 먹으며 몸을 부리고 말을 하고 땀을 흘리며 사랑을 하면서 삽니다. 여기에서 밥의 죽음은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생명으로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 때문에 밥이 남겨져서 생명을 아프게 합니다. 인간의 편리와 잠깐의 배부름을 위하여 그들의 목숨을 빼앗습니다. 자신의 몸에 맞게 밥을 먹으면 될 것을 더 가져와서 남깁니다. 대궁밥 남길 때마다 생명은 자꾸만 죽어갑니다. 온전히 살고자 하는 생명의 꿈을 꺾는 일입니다. 그들이 살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자신에게 부여된 삶을 누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묵살하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오는 밥 먹을 때 그들의 때와 터와 꿈을 생각하는 것이 생명존중의 사상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밥을 다 먹는다는 것이 자연생명과 사람이 하나 되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밥을 다 먹으면 쓰레기 비용을 줄여 경제적 효과가 있고, 하루에 굶어 죽는 지구의 사람 목숨 5만 명을 살리는 인류애가 이루어지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으로 지구를 살리는 단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밥을 귀중한 생명이라고 여기며 모신다면 다 풀리는 문제입니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 일이 밥 다 먹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 간단합니다.

밥을 다 먹는다는 것은, 내 살과 피와 뼈를 튼튼히 하여 살몸 이루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닙니다. 눈으로도 먹고, 귀로도 먹고, 숨도 먹는 것입니다. 한 번의 호흡에도 우주가 다녀가시는 것입니다. 내 몸을 위하여 밥을 먹는 것은 그 밥의 업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순리에 맞게 산 생명을 먹으면 부드럽게 똥으로 나와 새로운 생명을 낳으며 오래 삽니다. 그러나 소에게 뼛가루의 유전을 먹이고, 풀에게 농약을 먹이고, 새에게 환경호르몬을 먹이면 사람도 그 생명들처럼 아파서 죽게 되는 겁니다.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의 말과 몸짓을 잘 가려 먹어야 합니다. 함부로 화를 내어 자신의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사람을 몸으로 모시면, 내 몸에서 그와 똑같은 냄새를 내며 썩어 들어갑니다. 그래서 옛 묀?은 보는 것과 듣는 것과 말하는 것과 움직이는 것을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는 밥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밥상은 생명의 어울림입니다. 우주에 가득한 생명을 몸으로 받아서 다음 생명의 몸에 이어지게 하는 손입니다. 그래서 밥에게 인사를 하는 '밥에게 알림(食告-식고)'을 합니다. 종교마다 다르지만 몸으로 절을 하는 것은 같습니다. 왜냐하면, 밥은 땅과 사람과 하늘이 힘을 합쳐 이룬 하느님의 뜻이 담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밥 앞에서 고마움의 기도를 올리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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