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한쪽에게만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의사가 있고 상대방에게는 그러한 의사가 결여됐다면, 비록 혼인신고에 관한 합의가 있어 법률상 부부관계를 맺었더라도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입국 한 달만에 가출한 점, 가출 전 부부관계를 거부한 점, 가출 당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결혼했다'는 편지를 남겨둔 점, 가출 전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자격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해진 점 등에 비춰 B씨는 진정한 혼인의사 없이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혼인생활의 외관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08년 9월 A씨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해 11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필리핀 국적의 B씨는 같은 해 12월4일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결혼했고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겨둔 채 가출했다. 이에 A씨는 B씨와의 혼인신고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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