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을 찾아라
공통점을 찾아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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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 <충북인터넷고 교사>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소설가 김씨가 좋아하는 것은 낯선 지방의 음식, 그리스인 조르바, 나이가 많은 나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자리, 중국어로 읽는 당나라 시, 겨울의 서귀포와 여름의 경주, 달리기이고, 싫어하는 것은 소문을 알리는 전화, 죽고 싶다는 말, 누군가 울고 있는 술자리, 오랫동안 고민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와 나는 다른 점이 참 많다. 내가 그처럼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서로 동갑내기도 아니고, 출생지도 같지 않고, 그처럼 빵집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처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것도 아니고, 그처럼 널리 알려질 대로 알려진 굵직한 문학상들을 받으며 이름을 휘날린 적도 없고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찾아보면 공통점이 없지도 않다. 그가 영문학을 전공했고 내가 영어교육학을 다루어서 학문적 경험으로는 적어도 사촌지간 정도는 된다는 것이고, 나도 그처럼 나이가 많은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수령(樹齡)이 몇 백 년 된다는 아름드리 거목을 지나칠 때면, 꼭 발걸음을 멈추고선 그 나무 아래서 몸을 가지런히 한 채 경탄해마지 않곤 하는 이가 어디 나뿐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에게서 공통점을 찾는 일은 매우 즐겁고도 생산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Vitali Mansky) 감독이 만든 영화 '선라이즈 선셋(Sunrise/Sunset. Dalai Lama 14, 2008)'을 보다가 기분이 확 좋아지는 장면이 있었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Tenzin Gyatso)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물 틀어놓고 양치질한다고, 우리나라도 이젠 대표적인 물부족국가인데 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빨리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물 쓰듯 한다'는 말은 이제 뜻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걱정을 들어왔던지라,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히말라야 산맥 캉그라 계곡 다람살라(Dharamsala) 윗동네 그리도 먼 곳에서 나와 같은 모습으로 양치질하는 '지혜의 바다'요, '살아있는 부처'라는 그가 고맙기 한량없었다.

앞으로는 달라이 라마를 기억할 때마다 이젠 그가 나처럼 양치질하던 모습이 떠오를테고, "우선 당신 자신의 평화를 이루고 그 평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당신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고상기지(高尙其志) 또한 잊지 않으리라.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라"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여 가엾게 여긴다는 '체휼(體恤)'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는 말로서, 우리들의 생활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돌아보게 함은 물론이거니와 어렵고 힘들지라도 공통점을 찾고 구비해야만 서로가 동지(同志)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공통점이 없으면 서운한 게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인가 보다. 어쩌면 김동인이 1931년에 '발가락이 닮았다'는 단편소설을 쓰게 된 동기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Jesus wept)"이 한마디에 예수를 따르게 된 사람들이 많다. 아, 그도 나처럼 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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