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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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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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주환 <청주 수곡중 교감>

열여섯 어린나이에 신랑 얼굴 못 보고 연지 곤지 찍고 시집왔던 당신은 올해로 탄생 아흔 해를 맞으셨습니다.

화려하지도, 많이 배우지도 않은 전형적인 우리 어머님의 표상이신 당신,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베풀기를 좋아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오신 그분을 뵌 지도 올해로 서른 해가 되었습니다.

맨 처음 양가 상견례 때 잠시 스쳐 간 짧은 만남 후, 비로소 신혼 여행길에서 돌아오면서 시골집 시댁에서 뵈었습니다. 음성 한벌리 가섭산 자락 아래 하늘만 빼곡한 흙담집에서 대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싸리문 입구에서 새댁을 맞아 주신 당신. 어쩜, 그리도 우리 친정어머니에 비해 늙어 보이고 연약해 보이는지 철없는 어린 마음에 충격 아닌 상처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셨습니다.

위로 여식 5명을 잃고 간신히 늦은 나이에 지금의 남편을 소중하게 얻은 터라 자식에 대한 뜨거운 마음 이루 말로 다 표현할 길 없지만 며느리를 맞이하는 당신의 마음은 욕심 없이 따듯하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지금껏 편안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그때는 현실을 인정하기 서러워 당신께서 아무리 잘해 주어도 그렇고, 참고 기다려 주어도 다가가기 쉽지 않아 많은 날 베갯잇 적시며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싫은 내색 없이 기다림과 미소로 숭고한 사랑을 가르쳐 주신 당신, 그분을 위해 남몰래 기도하며 애원했습니다.

"선하고 고운 당신 그리고 소중한 그이를 낳아 주신 당신,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모성을 품고 계신 당신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게 하여 주옵소서!"

어느새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 가족 곁에서 살아 계신 이유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지난 세월 부족한 자신을 생각하며 반성의 기도를 올립니다. "더 오랜 세월, 좋은 세상 구경 많이 하시고, 가신 후 후회와 가슴앓이 적게 할 수 있도록 살아생전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오래 오래 주시옵소서!"

존경하는 어머님, 우리 가족 모두가 맡은 바 임무에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축복도 모두가 당신의 높은 사랑과 은덕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막내며느리 고운 눈으로 기다려 주고 참아 주신 당신이기에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제게 내리는 축복이 있다면 아낌없이 모두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제가 만난 여인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어머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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