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기호 '착시현상'
교육감 선거 기호 '착시현상'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5.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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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충북도교육감 선거구도와 결과를 전망하는 얘기들이 오가다보면 빠지지 않는 게 후보 등재 순서이다. 투표용지에 등재되는 후보 순서가 당락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를테면 '착시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아라비아 숫자와 가, 나, 다 순으로 후보 기호가 정해진 단체장, 지방의원 선거와 달리 아예 기호 표기란이 없기 때문이다. 후보 이름만 투표용지에 기록하는데 등재 순서는 곧 기호로 간주될 수 있어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

국회 의석수에 따라 한나라당, 민주당 등 정당 순으로 순번이 정해진 기호에 익숙한 유권자들이 등재 순서를 해당정당 후보로 여길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정치에선 얼마든 유효하다. 성명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정했던 민선 4기 지방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허튼소리가 아니다. 같은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이더라도 가번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던 전례가 있으니 말이다.

당시 선거가 끝나자 조상 잘 만나 당선된 이들이 많다는 얘기는 흔하게 들렸다. 가령 '황씨가 김씨를 이길 도리가 없다'는 식의 푸념까지 나왔던 선거 방식의 결함이 해소된 이번 선거에는 가, 나, 다를 놓고 경선을 하는 정당도 있고, 공천심사위원회가 성적 매기듯 추천 순위를 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번과 같이 후순위 후보들은 시쳇말로 '돈과 백'과 같은 부정적 요소는 없는 후보라며 역공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선거의 단면이다. 이기용 현 충북도교육감과 김병우 교육위원, 김석현 전 전남도 부교육감이 출마한 교육감 선거를 놓고 관심있는 이들은 투표용지에 등재될 순서가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당사자들이나 선거캠프는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공보물이나 플래카드에는 이름만 게재할 수 있어 공평하지만, 투표용지 등재순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월 국회가 후보 이름만으로 선거운동과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대두된 모습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취지는 나무랄 게 없다. 그런데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부산이나 경남 교육감 후보들이 다 파랗다고 한다. 건물에 게시한 플래카드며 명함, 복장까지 한나라당에 맞춘 것이다. 민주당이 강세인 호남지역 후보들은 죄다 녹색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14일 등록이 끝나면 교육감 후보들은 위에서 아래로 표기되는 방식의 투표용지 순서 추첨에 참여해야 한다. 번호도 기호도 아닌 '순서'추첨인 셈이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기호 1,2,3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정치적 흐름에 따라 묻지마식 투표경향이 나타나면 더 그럴 것이고, 후보가 많을수록 특정 순번은 이익을 얻을 공산이 크다. 교육정책과 막대한 예산·인력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지닌 교육감 선거가 일면 '로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자체가 못마땅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결코 아닌 것 같다.

충북만 따지더라도 교육감이 집행할 예산 규모는 연간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인구 65만 청주시 올 예산 규모가 1조원을 조금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측면에서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선거가 제대로 되려면 '착시현상'을 해소할 선관위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유권자 역시 지지할 후보를 잘 가려 뽑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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