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본래 모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천 본래 모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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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김진우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화창한 봄철이 다가오자 하천과 관련한 주민들의 각종 민원으로 이래저래 분주해진다.

시작되는 농사철에 맞추어 자연히 농지 인근의 하천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겨우내 감추어졌던 오염원들이 주민들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많은 폭설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천수량이 농사를 짓기엔 턱없이 부족한 터라, 민원은 예년에 비해 잦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주민들의 잦은 불만을, 일부의 몰지각한 하천오염 행위나 비가 자주 오지 않은 탓으로만, 원인을 돌리기엔 지금 하천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바로 지난해부터 제천의 전 하천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하천공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기본 유속이나 서식처조차 고려치 않는 준설공사부터, 평상시 수량보전보다는 홍수 때 유실만을 우려해 무조건 하천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마는 재해방지용 공사까지, 도처에 우선 무조건 파고 보는 하천공사들이 진행되고 있는 한, 건천화나 오염의 중첩현상은 해결되지 못한다.

더구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이러한 반생태적인 공사들이, 거의 전부가 자연형, 자연 친화형, 생태형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고려한 하천 복원이라는 개념이 독일과 일본에서 국내로 도입된 지, 고작 10년 정도의 매우 일천한 경험의 탓도 있겠지만, 도입부터 하천만이 가진 생태계의 고유성을 배려한다거나 하천과 인간이 공유했던 문화성들을 바로 보는 철학과 시각보다는, 기술적인 측면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사회의 고속성장 속에서 토목건설 현장이 매우 왜곡된 터라, 설계 단계부터 하천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생태계를 고려하는 인식과 노력은 공기단축과 규모의 경제논리에 늘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천 복원의 형태에서도 생태적 고려는 둘째 치고, 자연석을 호안으로 조성하고, 만일 그 옆으로 조금의 터가 있다면 자전거 도로나 산책로를 조성하고, 중간에 벤치와 퍼걸러를 설치하는 것이 천편일률적인 기본 형태다. 그 결과 그 하천만이 가진 고유적 특성은 간데없고, 최소한의 경관적인 요소조차 조악하기만 한 형태로 남는다.

이러한 조악한 경관형(?) 하천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수질과 수량보전도,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는 바람에, 하천생태계는 물론 오염원의 가중과 농사지을 물조차 부족해지는 지금의 현상은 매우 당연한 대가일 것이다.

제천의 하천들은 보통 모래와 바위가 많은 것이 원래 가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하천들의 고유한 특징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지금도 제천 곳곳에 조성중인 '어디에서나 똑같은 하천' 복원공사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늦었더라도 당장의 고민이 시급하다.

지역에 살아갈 다음 세대들이,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하천을 복원시키기 위해 들일 정성과 노력들을 부끄러워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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