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찰,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
스폰서 검찰, 변호사 개업하면 그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04.2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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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부국장(천안)

반겨야 할 발언인 것 같은데 왠지 씁쓸하다. 이귀남 법무장관이 엊그제 "(검사들의) 룸살롱 출입과 골프, 그런 것은 금지하고 소박한 회식 문화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결국 지금까지 알고도 그냥 내버려뒀다는 것 아닌가. 사실 검찰의 룸살롱 문화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일제 치하에서부터 광복 후 1970년대 초반까지는 요정 문화가 주를 이뤘다. 검찰뿐 아니라 세무직 공무원들의 위세는 이때 정점을 이뤘다.

어느 지방이나 내로라하는 명가(名家) 급 요정은 '영감'이란 존칭으로 불리던 사법·세정 관련 고위 공무원들의 회식 장소로, 집 떠난 '영감님들'을 편히 쉬게 하는 장소로 애용돼 왔다. 기녀들과의 로맨스도 얘깃거리가 됐다. 일부 지체 높으신 대감님들은 정도가 과해 임지의 기생을 첩 삼아 데리고 향수를 달랬다는 비화도 화류계에 남아 있다.

그 요정문화가 1980년대 들면서 서서히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라오케의 유입과 함께 노래방, 룸살롱이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검찰의 저녁 회식장소도 자연스럽게 룸살롱으로 옮겨졌다. 요정과의 차이점은 원스톱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점. 부득이 1차에서 저녁을 먹고 2차로 음주와 가무, 향락을 위한 장소로 룸살롱이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대한민국 40대 이상 검사 중 룸살롱 안 가본 사람 있을까. 문제를 40대 이상으로 국한한 것은 이들이 비교적 때가 묻고, 선후배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 할만한 '위를 바라보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럼 정답은 뭘까. 독자들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인지 추측은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장관이 출금 지시까지 내렸을까.

검찰이 요즘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지난 20일 PD수첩 방송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전국 검찰이 외부와의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간소하게 점심으로 때우고 있다고 한다. 유례없는 민간 참여 진상규명위원회의 굴욕적인 조사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조사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연루된 검사는 물론 일반직 직원까지 모두 100여 명이 조사 대상이다. 연루된 이들이 혐의가 밝혀지면 이번 향응을 단순 접대 차원이 아닌 수뢰와 성매매 죄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특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공포(空砲)가 아니길 바란다.

일본이 27일 살인 등 12가지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제를 폐지했다. 1880년 근대 형사 절차를 도입한 이후 130년 만의 일이다. 도저히 사회적으로 묵과할 수 없는 범죄는 무덤 끝까지 쫓아가 처벌하겠다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우리 검찰의 일탈도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 진상규명위의 조사 후 일회성 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의 보험성 향응·접대를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는 법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성 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은 검사가 사회에 나와 다시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검사가 초임 발령과 동시에 기초지자체의 국장급인 4급직 고위공무원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히 높은 도덕성과 그 품위를 유지하라는 뜻일 터이다. 물론 경제적 배려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일탈을 일삼는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재직 중에 보험성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과거 여느 때처럼 징계 먹고 사표 낸 뒤 변호사 해서 돈 벌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건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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