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회복 노력이 간절한 때다.
신뢰회복 노력이 간절한 때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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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주 고향을 다녀왔다. 고향집으로 진입하는 지방도로 들어서자 때마침 주변에 있는 중학교 수업이 끝난 듯 학생들이 도로변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옛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 목적지인 고향 마을이 학교에서 6km 정도 떨어진 오지(奧地)고 해서, 마을 학생들을 태워갈 요량으로 차를 멈추고 '000 사는 학생'하고 소리를 냈더니 2명이 손을 들고 다가 왔다. 하여 '집까지 태워다 줄 테니 타라'고 하자, 뒤편에 있는 학생들 속에서 '타지마라. 납치 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맞아. 저 안 탈래요' 하며 승차를 거부했다.

싫으면 할 수 없지 하는 생각에 그냥 출발은 했으나 마음이 씁쓰름했다. 나를 납치범으로 생각하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물론 이해는 갔다. 김길태 사건, 청주 부녀자 연쇄 살해범 사건 등 때문에 교육을 단단히 받은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 다음날, 저녁에 대전에 문상을 갔다가 조문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나온 얘기도 매한가지였다. 요즘은 낯선 사람의 차량 탑승 제의 거부는 기본이고, 옆집 아저씨가 맛있는 것 있다고 준다고 해도 그 집에 따라 들어가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는단다. 그 당시는 웃고 말았지만 웃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사회 불신 현상이 아닌가 한다.

작금의 사회 현상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그 어느 분야도 믿을 만한 구석이 없으니 말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침몰 실종자 구조문제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표리부동한 고위층, 돈으로 보직과 진급을 사고파는 공직사회, PC게임에 빠져 자식을 죽게 방치한 부모, 미성년자를 납치·성폭행·살해한 파렴치범들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는 분명 믿을 수 없는 사회일 것이다.

어린 세대들이 볼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웃의 따듯한 호의(好意)는 물론,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발표내용을 제대로 믿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가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신뢰회복이 간절한 때다. 옛말에 "양식과 병력을 족하게 하고, 백성이 신뢰하도록 하는 자가 훌륭한 지도자"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 하나를 빼야 한다면 병력이고, 또 하나를 더 빼야 한다면 양식이라고 했다.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불신풍조가 만연한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말이 아닌가 한다.

요즘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인기다. 품귀현상이 벌어져 한권에 110여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소유했다, 읽었다'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남이 장에 가니까 나도 따라가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욕을 버리고 분수에 맞게 살면 될 듯싶다. 특히 어른들이 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말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한다. 질서가 바로 서고,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되면 이웃을 믿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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