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후 인지 부조화와 신포도 우화
구매 후 인지 부조화와 신포도 우화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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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길을 지나던 여우는 우연히 담장에 걸린 포도 넝쿨을 발견하고 군침을 흘리며 뛰어올랐지만 아무리 해도 포도를 따 먹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땀을 흘리며 고생하던 여우는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며 소심한 복수의 한마디를 던진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라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균형상태를 지향한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균형을 잃게 되면 심각한 불안상태에 빠지게 되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떤 상품이든,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구매를 하였든 상관없이 구매 후에는 어느 정도의 심리적 부적응상태에 직면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내가 이걸 왜 샀을까? 별로 쓸모도 없을 것 같은데" "A를 살 걸 괜히 B를 샀나?""어디 어디에 가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사람들이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웃지는 않을까?", "살 때는 좋았는데 카드 값 나갈 일이 걱정이군" 등과 같이 구매 후 자신의 구매에 대해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심리적 불안상태를 구매 후 부조화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이 비싸거나 매우 중요한 물품인 경우, 정보탐색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구매결정을 하였거나 비교상대가 많았던 경우 부조화는 더욱 커지게 된다.

부조화를 느끼게 되면 후회와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가라앉으며 우울한 정서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때문에 구매 후 부조화를 인지하는 순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방어로 구매에 대한 합리화를 시도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든가, 자신이 선택한 상품에 대해서는 계속 더 많은 장점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반대로 포기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점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마치 울며 겨자 먹기로 포도를 포기하고 돌아서며 "저 포도는 너무 시어!"라고 여우가 읊조리듯이.

인간의 행복도 소비자의 구매 후 만족도 많은 부분은 그 자신의 심리적 상태에 달려있다.

심리상태가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지에 따라서 부조화는 간단히 해소되기도 하고 끝없이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경제인으로 정의하면서 인간이 갖는 능력을 현실과는 다르게 과대평가하였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보를 활용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는 곳곳에 포진해 있는 숨은 복병들로 인해 효율적 선택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장에는 소비자가 충분히 이용할 만한 양질의 완전정보가 구비되어 있지도 않다.

때문에 구매 후 부조화라는, 후회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구매의사결정의 전 과정에서 각 프로세스를 점검하면서 꼼꼼히 대안을 비교평가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구매의사결정과정은 필요한 상품의 부재로 인한 문제인식에서 시작하여 정보를 탐색하고, 대안을 평가하고, 구매한 뒤 사용하고, 처분하는 등의 구매 후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의사결정과정의 각 단계에 유용한 판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포도 여우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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