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처방으로는 성범죄 근절 어렵다
땜질 처방으로는 성범죄 근절 어렵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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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모씨(33)가 잡혔다. 국민은 경악했고 여아(女兒)를 둔 부모들은 치를 떨었다. 범인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사후대책도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언론매체의 경쟁적 보도도 만만치 않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처벌 못지않게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피의자 김모씨를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미성년자를 납치, 성폭행 후 죽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치관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성장환경 및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가정 및 학교 교육 강화가 긴요하다는 얘기다.

사람의 행동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범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범죄는 모방된 범죄라고 볼 수 있고, 인적이 드문 폐건물 등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번 김모씨 사건만 봐도 그런 듯싶다. 범죄에 취약한 장소, 대상, 시간은 물론 범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영상물 등 각종 매체를 선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 보닛을 열어 놓고, 그중 한 대는 창문을 조금 캔 상태로 일정기간 방치했더니, 유리창이 깨진 상태로 둔 자동차는 곧바로 배터리 등 부품이 없어지고, 종국에는 고철상태가 되었다는 얘기다.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는 폐건물, 사소한 범죄행위 등을 방치하면 그를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뜻일 것이다.

성욕은 식욕 등과 함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해소돼야 한다. 특히 성욕이 왕성한 20~30대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열악한 취업현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 경제력은 빈곤하다. 적령기에 결혼은 물론 정상적인 이성교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법상 성매매도 안 된다.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이런 현상들 또한 각종 성범죄의 한 원인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풍선효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난다'는 내용이다. 사창가를 단속했더니, 더 은밀한 음란 퇴폐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는 데다, 성폭행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적절한 원리(原理)가 아닌가 싶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범, 특히 죄질이 나쁜 상습범은 강력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론 무마식으로 처방하는 땜질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이 사라지고,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본다.

각종매체를 통해 공개된 전문가들의 의견만 종합 활용해도 충분할 듯싶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 그리고 유관기관·단체와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때다. 또 발생할 수 있는 제2, 제3의 동일·유사 범죄만큼은 반드시 근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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