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상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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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평론가·전 언론인>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위 입소문에 따라 자신이 봐야 할 영화를 고르게 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영화의 이야기 구조나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혹은 영상의 아름다움 등도 주요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

간혹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그 같은 선택 기준을 갖고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에 대해 일정정도의 마니아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한창 상영 중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감독 팀 버튼 역시 국내에도 적지 않은 열혈 팬들을 거느린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1982년 6분짜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형식의 독립영화인 '빈센트'로 데뷔한 미국의 영화감독 팀 버튼은 배트맨 시리즈와 함께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등을 연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팀 버튼의 영화들은 대부분 환상적이고 기묘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됐든 실사영화가 됐든 간에 그가 추구하는 영화는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을 뛰어넘는 세계를 그려낸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동명 원작과 '겨울나라의 엘리스'에 담긴 플롯을 가려 뽑아 '뮬란'과 '미녀와 야수'의 작가 린다 울버턴이 쓴 각본을 바탕의 이야기로 삼고 있다. 팀 버튼은 그동안 (비록 원작 만화에 충실했으나) 박쥐를 의인화한 배트맨 시리즈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가위손'등의 작품을 통해 비교적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대립 구조를 표출해 왔다.

거기에서 팀 버튼은 비정상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오히려 정상인의 것들보다는 훨씬 뛰어나고 화려한 능력을 펼쳐 보이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한 팀 버튼의 중심인물 구조는 관객의 상상력 자극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현실을 초월하는 세계를 선보임으로써 환상적인 영화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3D로 도전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기존의 팀 버튼의 영화와는 다른 '이상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고 있어 심상치 않다. 머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신체의 일부분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비정상적인 인물이 지배하는 붉은 여왕과 소위 '예쁜 것들'로 대변되는 하얀 여왕의 대립구도는 현실과 너무 닮아 식상하다.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는 하얀 여왕의 '평화'와 역시 비정상적으로 과장되는 붉은 여왕의 폭력은 물론 대치적이며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별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더랜드라는 초현실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전투의 수행은 현실에서 넘어간 엘리스의 몫이며, '예쁜 것들'은 닭살 돋는 우아함에도 그저 보호받아야 하는 상상은 궁핍하다.

바야흐로 지방자치의 일꾼을 선택하는 현실의 세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선거는 소위 '착한 편'과 '나쁜 편'을 고르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리고 '예쁜 것'과 '미운 것', 선과 악의 구별이 될 수도 없으니 유권자는 더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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