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위험과 장수위험
사망위험과 장수위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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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드디어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새해란 새학기와 함께 시작된다. 시작이란 말만큼 마음을 들뜨게 하고, 꿈에 부풀게 하는 것도 없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각급 학교에 입학을 하는 신입생들이 아마도 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이들일 것이며, 적어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우리는 서너차례 그 시절의 새봄을 맞고, 또 보낸다. 지나간 여름과 가을, 겨울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되새기며, 수줍게 희망을 단속한다. 들킬새라 소중하게 다가올 계절들을 계획도 한다. 봄은 그래서 용기를 주는 계절이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봄들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하나는 조기사망위험이고 또하나는 장수위험이다. 조기사망위험이란, 한마디로 타고난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하고 사망하게 될 위험을 말한다. 젊은 나이에 병이나 사고로 사망하게 되면 남겨진 가족에게 깊은 슬픔을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각한 경제적 곤란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 대비하고자 인간은 생명보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냈다. 즉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될 경우 남겨진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최소한 경제적인 어려움만이라도 피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망위험 못지않게 인간을 곤혹스럽게 하는 위험이 있으니 바로 장수위험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08년 80세를 넘어섰다. 매년 약 0.5세씩 올라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추세라면 백세수명시대도 머지않았다. 반면에 출산율은 계속 낮아져서 현재 자녀출산율은 1.16으로 한 명을 간신히 낳고 있다고 보면 된다.

1960년대 인간 수명은 50세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평균적으로 자녀수는 네다섯 명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자녀는 자원이라 할만 했던 것이다. 성장한 자녀들이 조금씩만 용돈을 모아 드려도 노부부 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두 명의 성인부부가 자신의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까지, 모두 4인의 부모를 부양한다는 건 모두에게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때문에 스스로 노년을 대비하지 못한다면 장수위험은 그야말로 위험을 넘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의 증가로 취업연령은 더욱 늦어지고 있으며, 반면에 평생직장은 사라진지 오래다. 20대 중반에 취직해서 30년 직장생활을 하면 성공했다 얘기한다. 그렇게 50대 중반에 성공적으로 퇴직한다 해도 소득없이 3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구조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 이후부터는 임금을 줄여서라도 퇴직시기를 늦춤으로써 안정적인 소득을 지속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수명연장과 함께 소득을 벌 수 있는 시기도 연장된다는 의미에서 장수를 축복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노년은 영원히 갇혀버릴 어둠의 겨울이 아니다. 하늘이 주신 수명이 언제까지일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길고긴 여름과 가을을 열심히 살아온 노년에게 왜 좀 더 일찍 겨울을 준비하지 못했느냐고 힐책만 하지 말자. 젊은 시절 그러했듯이 작고 소박한 봄이지만, 이들에게도 또 한 번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조금씩은 열어주고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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