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박힌 인생을 詩로 풀다
나무에 박힌 인생을 詩로 풀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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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진 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장작을 패던 날

나무의 근육을 보았다

시퍼런 도끼를 물고 놓지 않는

질기고 야무진 나무 인대를 보았다

곁가지가 돌출한 자리마다

실타래처럼 엉킨 나무 근육을 보면

굵은 나이테 속에서

바람 소리 '쩌렁쩌렁' 들려오고 있었다

-본문 '장작'중에서

음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낙진 시인이 그의 첫 시집 '옹이진 나무가 아름다운 것은'을 예술의 숲에서 출간했다.

나무라는 하나의 물체보다는 나무가 지닌 상처에 시선을 두고 있는 시인은 나무 스스로 상처를 견뎌내고 살아내는 옹이에 주목하고 있다. 숲을 오르며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바람에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돋아나는 옹이. 이는 상처를 새로운 힘으로 만들어나가는 나무의 저력이 된다.

성 시인은 시집을 펴내며 "시는 정년 비포장도로에서 만난 옹이진 나무처럼 인생의 결마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가장들의 흔적"이라며 "나이테에 묻어난 진솔한 이야기를 태워 반성문처럼 하얗게 남은 시를 고무래로 긁어낸다"고 적고 있다.

본문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아물지 않는 그 사람이 그립다'로 오래된 기억 속 인물들을 아름다운 서정시로 그려내고 있다. 2부 '질화로에 피어난 유년의 향기'에선 겨울목련과 복숭아, 월악산 등 시인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유년의 그리움으로 작용하는 기억들을 표현했다. 3부 '노을처럼 사랑한 그 사람'과 4부 '침묵을 생명처럼 여기며', 5부 '추억은 멍들어야 아름답다' 등 아름다운 상처를 시편으로 보여준다.

증재록 시인은 "그의 시작 태반은 고된 삶에서 탄생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의 표정"이라면서 "살아가는 길목의 고단함과 갈등을 그리움으로 남기고, 시적사물을 넉넉한 감수성으로 변형시켜 시를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시인은 지난 2005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짓거리문학회, 글갈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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