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싸서 먹는 '김'
복을 싸서 먹는 '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5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명순 박사 <대전대 한의학과 연구교수>
한의학으로 풀어보는 음식이야기

음력 정월 15일.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1년 열두 달 중 첫 보름인 대보름은 설날만큼이나 의의가 크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시고, 약밥과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아홉가지 나물을 먹고 '복쌈'이라 하여 취나물, 배추잎 그리고 김에 밥을 싸서 먹는다. 복쌈은 복을 싸서 먹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복이 들어온다고 여겼다.

김의 유래는 '삼국유사'에 신라시대부터 먹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경상지리지'에 따르면 경남 하동지방의 특산품으로 김이 양식됐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전남 광양에서 토산물로 채취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에는 정월
구운김
대보름에 밥을 김에 말아 싸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조 때는 양반들이 기름을 발라 소금에 뿌린 김을 사각으로 잘라 밥에 싸먹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방사능의 인체해독을 막는 식품으로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김은 수분13%, 단백질, 지방, 당질, 섬유질, 회분, 칼슘, 인, 철분, 비타민B1, B2, C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김은 10종의 아미노산 중 메티오닌 등 8개의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풍부하게 들어있다. 김의 지질은 혈전중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혈전의 형성을 방지하여 소혈전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EPA(아니코사렌타엔산)가 49.7%나 포함되어 있다. 철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이 반드시 필요한데 김은 이를 다량함유하고 있어 철분을 쉽게 흡수하게 한다. 또 김은 과일에 버금가는 좋은 비타민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서는 김을 감태(甘苔)라고 하는데 '단해초'라는 뜻으로 "성질은 차고 맛은 짜다. 치질을 치료하고 벌레를 죽이며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과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김은 화상치료에도 쓰이는데 깨끗한 김을 물에 적셔 덴 곳에 붙인다. 깊이 데었을 때에는 김을 여러 겹 붙이면 좋다. 그러면 김의 색소가 독을 빨아들여 균을 죽이는 작용을 하므로 상처가 빨리 낫는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은 돌김·재래김·김밥용 김·파래김 등이다. 김을 고를 때는 색이 검고 윤기가 흐르며 얇은 것을 선택한다. 불에 구웠을 때 청록색으로 변하는 것이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 김을 구우면 김 속에 있는 피코에리트린이라는 붉은 색소가 청색의 피코시안이라는 물질로 바뀐다. 김은 구워도 영양소가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구울 때는 한 장씩 굽기보다 두 장씩 겹쳐 기름을 바른 쪽이 서로 맞닿게 하는 것이 좋다. 두 장이 겹쳐졌기 때문에 수분과 향이 밖으로 달아나지 않아 제맛이 난다. 한 장씩 구울 때는 한쪽 면만 구워야 김이 오그라들지 않는다.

직접 들기름을 발라서 소금을 솔솔 뿌려 구우면 김의 독특한 향기와 맛이 살아 있어 식욕을 돋운다. 팔팔 끓는 맹물에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구운 김을 부셔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산뜻한 김국이 된다. 김국은 팔팔 끓여 놓아도 수증기가 나지 않아 멋모르고 먹었다가 입천장 데기 딱 좋다. 오래된 김은 찹쌀풀을 발라 부각을 만들면 되고, 구운 김을 부셔 짭짤한 간장양념으로 무쳐도 밑반찬으로 좋다. 이외에도 김은 잔치국수, 비빔밥, 죽 등의 부재료나 고명으로 사용한다.

정월대보름 날 복쌈 많이 먹고 일년 열두 달의 풍요와 복을 빌어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