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방 톺아보기
세종시 공방 톺아보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0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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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2월 임시국회가 막을 열었지만 예상대로 이를 바라 보는 시각은 서로가 판이하다. 여당은 민생 국회를 천명하며 일단 숨고르기에 나섰고, 야당은 초장부터 세종시 심판론을 들고 나올 태세다.

어찌됐든 최근 며칠간 세종시 공방에 다소의 변화가 있었던 건 확실해 보인다. 찬반 얘기가 아니라 그 총체적인 분위기를 지적하는 것이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 이후 마치 서로가 당장이라도 끝장낼 것처럼 갈기를 세우던 정치권이 비록 계산된 것일지라도 수위조절을 하는가 싶더니, 국민들 역시 관망의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면서 너무 명분에만 매몰되지 말고 한번 냉정하게 따져 보자는 의견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는 일상의 사회현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폭풍노도같은 격정이 지나면 반드시 '쿨'한 기운이 회복되듯이 세종시 공방 또한 이런 흐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뻔한 얘기이지만 법원이 이혼숙려제라는 것을 만들어 갈라질대로 갈라진 부부에게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시간을 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로 감정이 고조되고 격앙된 상태에선 모든 게 정상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한발짝씩만 물러나 평상을 되찾은 후에 문제를 고민하라는 취지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세종시 공방의 한복판에 설 수밖에 없는 충청인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취할 자세는 바로 이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야간 끝 간 데 없는 정쟁도 부족해 정부측이 홍보와 설득을 위해 쏟아 내고 있는 천문학적인 물량공세, 여기에다 이름깨나 있다는 정부 및 정치요인들의 충청도행 액소더스... 앞으로는 결코 재현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모든 현상들을 지켜 본 우리로서는 국회가 다시 아수라장이 되기 전에 그야말로 맑은 정신으로 문제점의 하나 하나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충청도에 대한 갑작스러운 배려와 대접이 영 불편하기만 하다. 정부를 향해 제발 좀 관심을 가져달라고 투정부리던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세종시 때문에 졸지에 특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자체가 아직 미덥지가 못하다.

그러니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득달같이 달려와 마치 간이라도 내줄 것처럼 행동한 사람들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도 지금으로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는, 기껏 충북을 위무(慰撫)하겠다고 내려왔다가 되레 충북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킨 정운찬씨의 말에 더 믿음이 간다면 이 또한 얼마나 난처한 일인가.

본인 스스로가 인정했지만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아마추어리즘의 발로라고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털이 덜 벗겨진 복숭아에 원초적인 미각이 더 움직이듯 집권세력의 속내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선뜻 떨쳐버리지 못한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뚝딱하면 몇십만명의 신도시를 새로 만들 정도의 국가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지가 어제 오늘이 아닌데 고작 50만의 자족도시 하나로 이렇게까지 나라 전체가 허우적거려서야 되겠느냐 하는 국민적 자괴감이다.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세종시가 노무현 포퓰리즘의 사생아라면 세종시 수정안 역시 현 정권이 갑자기 만인 앞에 드러낸 무적아(無籍兒)나 다름없다. 의욕만 앞섰지 정상아로 키우기 위한 사전준비가 전혀 안 됐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급하게 맞아들인 정운찬이라는 양아버지조차 이젠 힘에 부쳐 보인다.

적어도 전임 통치자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엎는 과업(?)인데도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이렇게 힘만 앞세운 후유증이 우리 충청인들에겐 '만약 세종시가 전라도나 경상도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쓸데없는, 그러나 이유있는 피해망상으로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바라건대 이젠 그만 싸웠으면 한다. 어차피 정치와 통치행위는 때가 되면 지도자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을 피곤케 하거나 기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2월 국회가 이러한 이성과 합리성의 시험대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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