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중독
아름다운 중독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1.31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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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가수 이남이씨(62)가 폐암으로 운명했다.

1974년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이남이씨는 1977년부터 밴드 '사랑과 평화'에서 활동하다가 1988년 솔로로 데뷔하면서 내놓은 '울고 싶어라'가 크게 히트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가수다.

평소 하루에 2갑 이상의 담배를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던 그가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폐암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지만 코미디계의 황제였던 고 이주일씨와 작고한 나이와 사인도 같다. 두 사람 모두 폐암으로 62세에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러면서 세인들에게 남긴 메시지도 같다.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던지고 운명했다.

중독이 문제였다. 이들은 하루에 2~3갑의 담배를 피웠단다. 이정도면 흡연중독이다.

중독은 의학용어다. 독물이 체내에서 작용해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다. 약물 중독, 독극물 중독, 가스 중독, 세균 중독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요즘은 그 무엇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들을 아울러 우리는 중독이라고 부른다.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 쇼핑중독 등은 익히 알려진 몹쓸 중독이다. 최근 특히 청소년문제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중독은 매우 심각하다.

정보기술 발달이 불러온 큰 사회적 문제다. 컴퓨터 사용 및 인터넷 이용과 관련된 과도한 집착이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인터넷중독은 사회적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우울증, 사회적 고립, 충동조절 장애와 약물 남용 등의 문제가 된다.

초등학생 34% 이상이 과다한 인터넷 사용으로 학업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한 조사결과가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과제로 꼽히고 있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인 인터넷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나 사회적 기능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중독이라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전체인구 중 78%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생활의 일부분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폐해도 적지않다. 때문에 알코올이나 마약중독 이상의 예방과 치료책이 시급하다.

최근 참살이로 해석되는 웰빙이 강조되면서 귀여운(?) 중독도 생겼다.

하루에 한 번씩 목욕탕을 가지않으면 개운치 않은 사우나중독,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갔다와야 하는 등산중독, 하루에 2시간 이상 운동을 해야하는 운동중독 등이 그것이다. 하다보니 당초 목적인 건강 챙기기보다는 안 하면 뭔가 허전해 습관적으로 지속하게 된다. 중독이 아닐 수 없다.

중독은 단어 자체가 부정적이다. 그러나 요즘 긍정적인 중독도 나오고 있다. 아름다운 중독이다.

대전 서구에 사는 74세의 할아버지는 저소득층 학생 6명에게 150만원을 들여 교복을 지원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몸이 성치 않은 장애인 수급자다. 할아버지는 복지급여를 절약해 이같은 기부를 여러번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란다.

또 고물을 수집하는 77세의 고복자 할머니는 최근 경기도 포천의 호스피스 병원인 모현의료센터에 임종환자와 불우노인 등을 위해 써 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단다. 할머니는 이전에도 폐품을 모아 번 3000만원을 복지시설에 기부한 사실이 있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을 돕고 싶다"는 할머니와 대전 할아버지의 반복되는 선행을 '기부중독'이라고 한다면 억지논리일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확산돼도 좋을 중독이다. 특히 없는자 보다는 가진자가, 소시민보다는 지도층인사들이 기부중독에 흠뻑 빠졌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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