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
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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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꼭 6년전, 우리에겐 아주 당연한 일로 중국이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다. 2004년 1월 중국 장쑤성 진탄(金壇)이라는 도시에서 사상 최초의 민선 선출직 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말이 민선이지 인민대표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간접선거에 의한 시장 선출이었는데도 그동안 공산당이 찍어서 내려 보내는 관료들만 보아 온 이곳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파천황의 새로운 경험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그때 중국 인민들이 선거 내지 선출직에 들떴던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후보들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스스로 고를 수 있다는 것과, 이에 힘입어 중국의 고질병인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차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뻔한 얘기겠지만, 선출직이란 이렇듯 다중의 검증과 이에 따른 기대감을 동시에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기대감이란 것이 얼핏 보기엔 상대적인 것 같지만 철저하게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후보는 후보 나름대로 이것을 부추기고 있고, 그를 뽑는 유권자 역시 무슨 구체적인 근거보다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바를 현실적인 기대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선거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는 멀리 볼 것도 없이 폭발적인 지지로 국가 리더가 되었다가 느닷없이 바닥으로 추락하기를 반복하는 우리나라의 실상과, 마치 난세의 구세주라도 되듯이 국민적 추앙을 한몸에 받는가 싶더니 졸지에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오바마의 현실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실험도 아직은 효과가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선거의 현실론이다. 선출직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사람만이 해당된다는 식의 맹신과 미몽에서 이제 깨어나야 한다는 자각이다. 상식에 준한 사람들이 후보로 나서야 하고, 또 유권자들도 이같은 사회적 통념의 상식을 기준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잣대로 선출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대표적인 덕목은 이렇다. 우선 청렴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겠고 여기에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가치관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인품까지 겸비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누구나 입에 올릴 수 있는 이러한 공식(公式)보다는 정작 우리가 냉정하게 꿰뚫어 봐야 할 것은 선출직에 나서는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실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과연 그가 정상적인 가정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동안 거쳐 온 조직에서 그 구성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신임을 얻었는지, 이것도 불확실하다면 하다못해 지금 당장 지인이나 주변인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것이 선거의 상식이라면 그럴 수 있다.

동시에 8개 선거가 치러지는 6.2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청운의 꿈을 안고 나서겠지만, 혹간엔 왜 저런 사람들까지 설쳐댈까() 하는 자괴감이 엄습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 놓고 심판을 받겠다면 '저런 사람은 아닌데...'하는 말초적인 선입견은 주지 말아야 할 텐데도 말이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통용되는 선거철 금언이 하나 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그렇게 고분고분하고 마치 간까지 내줄 것같던 후보들도 막상 당선되면 얼굴보기가 어려우니 선거 때나 실컷 '마음대로 다뤄 보자'는 심산의 표현인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올해 도내 지방선거에선 여기에 해당되는 후보들이 특히 된서리를 맞을 것 같다. 4년전 선거에서 오로지 주민과 시민들을 받들겠다며 당선된 사람 중엔 받들기는커녕 임기내내 자신의 힘과 위상만을 곧추세우며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래서 선출직은 아무나 욕심내서도 안 되고 또 아무나 뽑아 줘도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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