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가 공원기능 해친다 <1>
기념비가 공원기능 해친다 <1>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7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황과 문제점

'안하니만 못한…' 되레 흉물

설치 급급 관리는 뒷전…쉼터기능 상실

'우후죽순' 건립 시설물 허가제도 큰 몫


도심의 녹색 비상구라 할 수 있는 공원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시설물로 가득하다. 각종 기념탑과 기념비를 포함해 최근에는 조형물까지 들어서며 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

도심의 녹색 비상구로서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원 기념물에 대한 일제 점검과 불필요한 기념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주지역에 산재돼 있는 공원 설치물을 살펴보고 기념물 증가 원인과 이에 대한 방안을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청주지역 공원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중앙공원은 청주 역사와 문화의 발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주 읍성이 있던 자리에서도 청주의 가장 중심이 되었던 이곳은 관아와 충청도병마절도사가 위치해 있었던 곳이다.

이런 오랜 역사성 때문인지 중앙공원은 그야말로 기념비 천국이다. 크고 작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것은 물론, 중앙을 차지한 시계탑과 JCI 기념탑을 비롯해 시민헌장 기념비, 청주시민의 노래 기념비, 대한민국 경로 헌장 기념비 등이 즐비하게 서 있다.

최근에는 공공프로젝트로 실시된 조형물이 7개가 더 공원 내에 들어서며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심 내에서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라지만 늘어나는 시설로 인해 시민들의 휴식처 기능이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이다.

이러한 시설물 증가는 도심에 조성돼 청주시에서 관할하고 있는 37개 공원들이 하나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청주 용암동 망골공원 내에는 용암동을 상징하는 조형물 17종과 공공프로젝트 조형물 7개 그리고 공원 표석 등이 자리하고 있고, 솔밭공원에도 88올림픽 기념탑 2개, 통일염원탑 등과 함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공원에 우후죽순 기념비들이 늘어나는 것은 일원화되지 못한 시설물 건립 허가제도가 주요 원인이란 지적이다.

현재 청주시는 도시공원심의위원회의를 운영하고 있지만 커다란 사회적 이슈나 사안에 대해서만 심의하고 있다. 그 외에는 각 공원내 기념물 설치 시 청주시와 구청, 각 동의 주민센터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념물 설치는 기념비의 성격에 따라 시와 각 구청, 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각 동과 관련된 작은 기념비 설치는 주민들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설립 여부를 세운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시민 중심의 도시 건축 설계를 주장해온 최효승 청주대 명예교수는 "무분별하게 설치된 조형이나 기념물은 전체적으로 도시와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잘못된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없는 게 더 나은 조형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가 추세인 시설물도 문제지만 노후로 인한 기념물들은 도시 미관에도 영향을 미쳐 쉼터인 공원을 흉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청주의 중심에 버티고 있는 상당공원의 충북도민헌장상징탑은 낙후되고 미완성이란 점에서 작가 스스로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이는 도시 미학과 건축과의 관계에서 세우기만 하고 관리는 뒷전인 상황을 보여준 단면이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