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孤獨死)
고독사(孤獨死)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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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지난 2008년 8월 일본의 인기 여배우 오하라 레이코(大原麗子·당시 62)가 도쿄의 부촌으로 불리는 세타가야(世田谷)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열도가 시끌했었다.

18세에 NHK 드라마를 통해 데뷔해 TV·영화·광고 등을 종횡무진하며 화려한 삶을 살았던 그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가장 호감 가는 여배우'로 뽑힐 정도로 노년기에도 여전한 인기를 모았던 인물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오하라의 죽음 자체도 안타까웠지만 그가 혼자 살다가 죽은 후 사흘 뒤에야 발견됐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오하라의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은 일본 사회가 '고독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는 계기가 됐다.

혼자 살던 사람이 숨진 뒤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것을 고독사(孤獨死)라고 한다.

외롭고 서럽기 짝이 없는 죽음이다. 혼자 고독하게 살았던 것도 서러운데 죽음마저도 그저 혼자가야하니 말이다. 그렇게 지켜보는이 없이 숨을 거두고 한참 후에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는 주검은 문자 그대로 고독한 죽음이다.

일본은 우리에 비해 훨씬 빨리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래서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접근이 우리보다도 일찍 시작됐다.

1999년 5월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의 목조 단독 주택에서 살았던 노인이 9년 전에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에 대한 충격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고독사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물류회사를 운영하던 요시다 다이치씨가 고독사를 한 유족들이 유품정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02년에'유품정리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46가지의 에피소드를 에세이로 풀어낸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을 펴내면서 고독사라는 개념이 정립됐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으로 출간된 이 책을 통해 저자 요시다 다이치는 무관심과 소외로 인한 죽음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면서 잊고 살았던 '정(情)'을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의 출간은 일본 사회에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접근을 활발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민간 전문회사의 가사 보조원들이 파견돼 식사와 대소변, 목욕 등 노인의 수발을 들고 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노인 복지 보험인 세계 최초의 '가이고'(介護)보험 도입이 그렇고 지바현 '도키와다이라(常盤平)단지 자치회'의 '고독사 없애기 연구회'발족을 비롯한 지자체나 민간단체들의 잇단 대책마련이 그렇다.

이같은 고독사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고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노인들만의 문제라는 통념과는 달리 40대까지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

지난 6일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의 한 원룸에 혼자살던 백모씨(50)가 미라처럼 마른 상태로 발견됐는데 숨진 지 2~3개월은 지났을 것이라는 것이 경찰의 추정이다. 또 지난해 12월 29일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의 한 빌라에서는 전모씨(40·여)가 숨진 지 20여일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50대와 40대인 이들의 죽음은 고독사다.

핵가족화·고령화·독신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독사가 점점 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일자리를 잃고 이혼까지 당한 후 친척·친구 등과 연락을 끊은 채 혼자 살다가 서럽게 죽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이제 우리도 고독사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떨어져 있는 가족은 물론 친구나 친척에게 전화하기, 이웃에 대한 관심갖기가 출발이다. 정부 차원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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