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세종시 수정안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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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세종시 수정론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치던 충남도가 돌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충남도는 어제 오전 수정안 발표에 따른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된 일정에 따라 차질없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 '논란이 조기에 종식돼 세계적 명품 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밝혔다. 반발은커녕, 세종시가 수정안대로 건설된다는 것을 전제로 '성사될 경우 주변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거점 도시로 부상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내렸다.

연기군에서도 세종시 주변 일부 주민이나 기업인들 사이에선 벌써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차라리 공무원들 오는 것보다 대기업이 들어와서 경제가 살아나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인들도 언론에 실명까지 밝히며 '대기업이나 대학이 들어오는 게 현실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정안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충남도의 입장에선 이번 수정안이 도세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는 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을 비롯해 한화, 롯데 등 대기업들이 줄지어 들어오면 폭발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거기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 등을 기대하면 그럴 만도 하다. 더구나 사퇴한 이완구 지사의 뒤를 이은 관선 지사 대행 체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은가.

그런데 해당 지역 주변이나 일부 기업인들의 반응은 결사반대를 외치던 수정론 대두 초기와는 너무나 다르고 놀랍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삼성 효과인가. 삼성은 이번에 세종시에 대한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놀랄 만한 투자를 약속했다. 액수만 2015년까지 무려 2조5000억원이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5개 계열사가 세종시에 들어간다. 고용인력은 1만5800명. 투자도 삼성이 앞으로 먹을거리로 삼은 신수종 분야인 그린에너지, 헬스케어 분야다. 말이 1만5800명이지 여기에 1,2차 협력업체까지 내려오면 주변에 백여 곳의 중소기업이 들어서고 고용창출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어디 삼성만인가.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한화, 롯데 외에도 CJ, LG 등이 오려고 한다니 그 파급 효과가 보통은 아닐 터.

전체 투자액이 원안보다 무려 2배나 늘어난 16조원이나 된다니 연기지역으로선 정부 부처가 오지 않는 '배신감'을 뺀다면 전혀 아쉬울 게 없는 결과다.

속 터지는 건 역차별을 걱정하는 주변 지자체와 다른 지방들이다. 이미 김문수 경기지사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며칠 전 "표로 보여주겠다"고 칼을 갈았다. 집권 한나라당의 도지사가 대통령을 향해 '지방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겠다'는 무서운 말을 하다니. 부산과 TK, 호남에서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세종시 때문에 유치가 약속됐던 기업들이 발을 돌렸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연기군 외에 충청권내 다른 지자체 역시 세종시가 주변 시군의 경쟁력을 빼앗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단 수정안은 던져졌다. 그게 옳고 그름을 떠나 이젠 이를 수용하느냐 마느냐만 남은 셈이다. 이게 연기군민만의 몫이 되어선 안 된다. 아직은 말 그대로의 안(案)일 뿐, 충청권과 온 국민, 정치권이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

그런데도 벌써 정부가 수정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려 한다는 오만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그래서 건방져 보인다. 명심하라. 수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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