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뿌리 뽑아야 한다
전봇대는 뿌리 뽑아야 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1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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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공무원 '다면평가제도'가 폐지된다고 한다. 일단은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본다. 동 제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상급자·동료·부하직원이 각각 하향·수평·상향으로 복합 평가하는 제도로 공직사회 발전에 기여한 일면이 있겠으나, 인기투표식으로 변질됨에 따라 객관성 결여는 물론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등 부작용 요인도 됐다고 본다. 따라서 승진심사에 반영하지 않고 역량 개발과 교육훈련 등 참고자료로 활용키로 했다는 관계기관의 개선방향은 타당성 있는 조치라고 보인다.

동 제도와 관련한 우려(憂慮)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해 관계자가 공사석에서 '특정인을 키워야 한다. 누구는 진급을 포기했다' 등 발언으로 여론 조작 및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 영향력자 등을 찾아다니며 사전 작업(로비)을 하는 행위, 일과시간에는 어영부영하다가 일과 후 야근을 하면서 '일하는 척'하는 눈치보기식 근무 및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잘못을 적당히 덮어주는 행위, 주관성이 개입된 인기투표식 평가 결과를 사실 확인 없이 개인 신상에 무분별 반영하는 행위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업무보다 인간관계에 치중하는 풍토를 만들고, 경쟁상대자를 중상모략하며 서로를 비하하는, 그리고 업무계통보다 특정인에게 줄 대기 등 각종 부작용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제도라면 마땅히 폐지되거나 개선돼야 한다. 업무분위기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용조직을 활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면평가제도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상급기관, 의회, 정보·수사·감사기관 및 각종 사회단체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공무에 한해 근거가 확실한 객관적인 자료만 활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공직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요인은 발굴 제거해야 한다.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 잘못된 관행과 제도 및 법규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면평가제도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것이다. 발굴 및 자정 노력은 다양하게 계속 돼야 한다. 특히 리더 및 인사 등 관련분야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이 올바른 잣대를 가져야 한다. 여론을 조작하고 줄 대기 풍토 조성 등 직책을 악용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언행은 금해야 한다. 끼리끼리 여론몰이식으로 특정인을 죽이고 살리는, 조직을 이간질 시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은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공직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변화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에도, '변화에 가장 둔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직이 공직사회라고 한다.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듯하니 그럴 것이다. 성과창출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국익을 우선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새로운 눈으로 주변을 멀리 봐야 한다. 세종시 및 교원평가 문제 등 모든 것을 다 그런 잣대로 봐야 한다. 그리고 걸림돌이 되는 전봇대, 즉 잣대가 잘못된 사람·법규·관행 등은 뿌리 뽑아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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