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속의 전통 전통 속의 현대 삶을 꿰매다
현대 속의 전통 전통 속의 현대 삶을 꿰매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2.2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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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 청주 신미술관서 권명희 작가 개인전
조각보의 모습으로 태어난 작품들이 일상의 삶을 꿰매듯 펼쳐진다.

신미술관 지하전시실에는 권명희 작가의 개인전 'Space - 삶을 꿰매다'가 오는 31일까지 전시된다.

평면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는 20세기 초 구성주의 회화가 이룩했던 새로운 형태와 공간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권 작가는 조형적 측면에서 조각보에서 출발하고 있다.

각기 다른 면과 면, 그 면들의 만남에 의한 입체, 바느질에서 나타나는 직선, 혹은 자유분방한 선, 그리고 염색을 통해 작가의 정감어린 색채를 만들어냈다.

작품은 '한국인의 정서와 관습에 남아있는 민예적 요소를 현대미술의 조형적 원리와 접목시키면서 자신의 회화적 조형성을 만들려 하는 의지'로 평가되고 있다.

심플하면서도 화폭 속에는 견고하게 조합된 사각평면과 입방체 같은 구조물로 통합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서양화의 입체파의 대상 분석 및 재구성과 유사하다.

서정두 학예사는 "박스로 처리된 기하학적 무늬는 관념들의 필요조건에 부응하는 '기하학적 엔탁시스(entaxis)'가 아니라 자신의 감성을 담는 그릇"이라며 "그의 회화의 중요한 정신적 기저가 되고 있는 '느림'의 미학처럼 염색한 한지를 재단하고 면을 만들고 다시 그것들을 조합하여 박스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바느질의 꿰맴 작업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시종일관 '느림'이다. 작업을 통해 나의 성향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정신적 성장과 치유가 이루어진다. 나에게 있어 느림은 필연적이다. 나의 내면 속의 괴롭힘에 의한 감성의 상처를 치유하듯이 느리게, 고요하게 진행하면서 평상심을 찾는다"고 작가노트로 전하고 있다.

조각보처럼 꿰맴의 작업 속에는 호랑이와 물고기, 잔, 항아리 등이 놓여져 있다.

이는 우리민족의 구전문화에 등장하는 요소들로 작품에서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설화적이고 신앙적 성격을 갖고 있는 이들 모티프는 희망과 욕망 또는 본성적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주술적 기호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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