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 훈훈한 이유
세밑이 훈훈한 이유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2.14 2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200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행사들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제난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는 송년 모임이어선지 행사장 분위기가 과하지 않아 좋다. 오히려 의미를 찾고 내실있는 만남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행사 규모가 줄어들면서 곳곳에서 위축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분야보다 열악하다는 문화예술계의 풍경은 세밑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연극계에서 시동을 건 시민 무료 공연은 미술계와 무용계로 이어지며 시민과 함께하기 위한 무대 마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극단 늘품이 '보고싶습니다'로 지방순회공연을 가졌으며, 예술공장 두레는 '말뚝이 & 말둑이'무료 공연에 이어 충북현대예술상 수상 기념으로 '어머니의 바다'를 전석 초대로 문화공간 '새벽'에서 열고 있다.

이와 때맞춰 진행되고 있는 미술인들의 후원 전시는 차가운 날씨에도 훈기를 전해준다. 채묵화회는 매년 회원 작품을 모아 쌀한가마니값으로 판매하는 쌀한가마니전을 개최하여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으며, 청주예총 후원전 역시 미술인들이 작품을 기증해 이루어지고 있어 전시의 의미가 남다르다. 작품 가격도 후원전이다 보니 작가의 명성이나 연륜과 비교도 안될 만큼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충북무용협회는 19일부터 22일까지 지역을 순회하며 '풍월'무대를 가질 예정이며, 원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신청을 받아 무료로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또 박시종 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문화송년회로 16일 청주시민회관에서 '겨울날의 풍경'을 전석 초대로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의 움직임은 찬바람 부는 경제 사정과는 다르게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한편으로 생각하면 문화예술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돈에 대한 개념보다는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예술인들이기에 좋은 일에 의미를 두는 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음이다.

문화도시를 대대적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문화적 바탕은 예술인들에게서 먼저 우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의 공연이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다. 여기에 예술인들의 진정성까지 담겨진 공연 전시라면 예술의 감동은 두 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인들에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관객이다. 관객에 따라 흥이 더해지고 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잔치를 열었는데 손님이 없다면 예술인들이 공연과 전시를 개최한 의미마저 퇴색시킬 수 있다.

다들 속을 들여다 보면 예술인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가며 어렵게 마련한 자리이다.

그럼에도 공연장이나 전시장은 썰렁하다. 시민들의 발길이 문화현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증거다. 예술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지만 시민들이 보여주는 예술 안목을 확인하기 어렵다.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크겠지만 작가나 배우의 유명세에 좌우되는 예술의 욕구는 아닌지 싶다. 연극도 전국에서 청주를 알아줄 정도이고, 무용이나 지역 미술계도 수준급인 작가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밖으로만 돌리는 예술 욕구는 지역의 문화 기반을 옅게 만들 수 있다. 문화예술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지역 예술과 예술인에게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말, 다양한 장르에 풍성한 문화잔치가 준비되어 있다. 한 번쯤 공연장을 찾아가 격려의 박수도 쳐주고, 전시장을 찾아 관람도 한다면 그 하나로도 예술의 긍지를 삼을 작가들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잖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