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데에도 자격이 있나요?
기부하는 데에도 자격이 있나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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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
헐리웃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가 지난달 불명예스럽게도 파산설로 뉴스를 장식하더니 며칠 전에는 초췌해진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배우생활을 하는 동안 엄청난 수입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600만 달러의 세금을 체납하는 등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케이지는 파산의 원인이 재산관리 책임자에게 있다며 그를 상대로 2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그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그가 평소 낭비벽이 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희귀동물과 자동차 수집이 취미라는 그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만 50여대에 이르고 2007년 한 경매에서는 공룡 두개골을 27만6000달러(한화 31억원)에 낙찰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초췌해진 모습이 드러나게 된 것은 유엔(UN) 출입기자협회가 주는 '올해의 세계 시민상'을 수상하면서이다.

케이지는 "지구 정의를 위해 관심이 집중되길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현재 세금체납 및 대출금 상환을 못해 피소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분쟁지역 아동 병사와 세계 무기통제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2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선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기부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경제인이라 정의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온전히 정보를 찾아 활용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선택할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부란 이런 의미에서 인간본성에 반대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이기적 본능과 함께 이타적 본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쇼핑중독에 빠지듯, 기부도 중독이 된다고 한다.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극복해야 할 중독이고, 후자는 권장해야 할 중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학에서는 소비자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합리적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교육시키는 데에 주력하였다.

최근에는 그에 못지않게 윤리적 소비에 많은 관심과 연구를 쏟고 있다.

함께 상생하지 않고 경쟁하려 한다면 언제나 세상엔 절반의 패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 착취에 크게 다르지 않는 임금을 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눈물을 바탕으로 우리의 주머니가 조금 풍족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공정무역은 윤리적 소비를 향해 가는 보람된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밥을 지을 때마다 한주먹씩 쌀을 따로 모았다가 결식아동에게 기부하는 일, 급여의 낙전을 모아 독거노인에게 연탄을 사드리는 일, 자선모금 프로그램을 보다 전화를 걸어 2000원을 기부하는 ARS 기부 등.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이 찾아보면 많이 있다.

작은 기부가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된다면 그보다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기부하는 데에 자격은 없다.

다만 언제든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해야 할 일이 언제나 먼저라는 점이다.

바로 그 점에서 최근 케이지의 소식이 나는 안타깝고 서글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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