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기획취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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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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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다큐 위기의 야생(野生)
'생태계 변화=심각한 위기' 인식전환 절실

글·사진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노진호기자


시대도 변하고 기후도 변한다. 그에 따라 자연 생태계도 변한다. 지구가 생긴 이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변화는 가히 '시대의 전환기'라고 할 만큼 광범위하고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인류의 영향력 때문이다.

오죽하면 현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지질시대는 '생물계의 큰 변화'와 '대규모 지각변동'을 기준으로 분류돼 왔다. 그럼에도 현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작금에 맞고 있는 지구상의 변화를 앞의 두 기준, 즉 생물계의 큰 변화와 대규모 지각변동에 버금가는 '큰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주장에 의하면 인류는 산업화가 본격화된 지난 200년 동안 자연환경 파괴와 인위적 영향력을 통해 탄소 순환과 지구온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등 지구를 과거와 현저히 다른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하면서 현대를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인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위기냐 자연현상이냐

우리나라도 예외없이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지구 온난화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연 생태계에 이미 큰 변화가 찾아왔거나 진행 중이다.

바다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한대성 어류가 사라지는 대신 온대성과 아열대성, 심지어 열대성 어류까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난데없이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급증해 해파리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육지에서는 또 어떤가.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 산림의 60%를 차지했던 소나무가 지금은 25% 정도밖에 안될 만큼 죽어 없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이르면 50년 안에 한반도의 소나무가 절멸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12회 보도> 온대성 수종인 소나무도 그런데 전나무, 잣나무, 주목, 구상나무 같은 한대성 수종인들 건재하겠는가.

<14회>에서 살펴봤듯이 중부내륙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이자 백두대간의 주요 봉우리인 속리산에서는 이미 이들 한대성 수종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남부지방에는 열대성 수종인 야자나무가 자리잡아가고 있고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충북 등 중부내륙지방에서는 월동하지 못하던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배롱나무, 피라칸타 같은 많은 난대성 수종들이 겨울철에도 이 지역서 거뜬히 버텨내고 있다.

조류 등 야생동물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백로와 왜가리 등 여름철새들이 겨울이 와도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많은 수가 번식지 부근서 겨울을 나는가 하면 겨울철새인 청둥오리는 반대로 여름이 와도 북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새끼를 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남쪽의 새'였던 직박구리가 충청지역은 물론 경기, 서울, 강원지역에까지 급속히 확산돼 일부지역에서는 참새보다도 많을 만큼 흔한 새가 됐다.<10회 보도>

문제는 이같은 변화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에선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엔 분야 및 규모가 너무 광범위하고 속도 또한 너무 빠르다. 강도도 너무 세다.

해서 많은 이들이 작금의 변화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적어도 수백 수천년 동안 이어져 온 자연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더욱더 '분명한 위기의 시대'에 와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모두의 힘을 모을 때다

기후가 변하면 생태계도 변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작금의 기후변화는 다름 아닌 인위적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중요한 건 그 기후변화를 아주 없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늦출 수는 있다는 점이다.

늦은 감은 있으나 그것이 가능하다는 데 희망을 가지고 모두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그 길만이 자연 생태계의 변화, 나아가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들의 멸종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징후들을 통해 '작금의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가를 살펴봤다.

그동안 성원해 준 독자들과 취재현장에서 도움을 준 전문가 및 주민들께 감사드린다. <끝>

<동행취재 인터뷰>

◈ 생태 위기 절로 실감



정대수 <생태연구가>

야생동물의 세계에 큰 변화가 왔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동행취재를 통해 더욱 실감하게 됐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수달이다.

솔직히 말해 수달은 맑은 물에서나 사는 청정지역의 지표동물로만 알고 있었으나 상당수가 생활하수로 오염된 수질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들이라고 해서 일부러 오염된 곳을 찾겠는가. 사람에 의해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좁아졌기 때문이다.

산양과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눈에 띄던 동물들이 일절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분명 어떤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된다.

그들이 자꾸만 사라진다는 것은 결코 우리 인간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각 지자체마다 관내에 어떠 어떠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조사해 모니터링 한다면 그들의 멸종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 국립공원 관리 시급

박경수 <한국자연공원협회 이사>


기후변화는 우리 주변의 야생식물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속리산을 봐도 그렇다.

지난 1970~80년대만 해도 주목과 구상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소위 한대성 수종들이 꽤 많이 자생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수백 수천년을 지켜온 터주목들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속리산을 찾는 외지인들은 물론 속리산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마저 이같은 심각성을 모른다는 점이다.

'겨레의 나무' 소나무 역시 자꾸만 죽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산림 당국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지자체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책마련을 서둘렀으면 한다.

아울러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을 관리하고 있는 각 단체에서도 자신들이 '마지막 보루'라는 의무감을 가지고 생태관리에 힘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원이 그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서 영원한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주낙에 걸린 자라들(6회 보도)
덫에 치인 담비(7회 보도)
어미에게 버림받은 수리부엉이 새끼(8회 보도)
로드킬 당한 족제비(9회 보도)
유혈목이의 동족간 카니발리즘(11회 보도)
찌르레기와 파랑새의 둥지 경쟁(4회 보도). 시기만 다르고 둥지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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