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대는 공무원·줄세우는 단체장
줄대는 공무원·줄세우는 단체장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9.11.25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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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외부에 인사 불만을 전달하거나 줄을 대 승진 청탁하는 일이 거듭된다면 직위해제까지 고려하겠다는 남상우 청주시장의 발언이 요즘 관가(官家)의 화제다. 연말 정기인사를 앞둔 의례적인 발언이 아니라 전임 시장과 특정사무관을 겨냥한 '작심(作心)발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파장이 공직사회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 양상이 됐다. 남 시장이 지목한 공무원이 전임 시장의 인사 배려 또는 특혜를 받았다는 시각이 있었던 경우이기 때문이다.

취임 초기라면 전임 시장과의 인연과 연관지어 있을 법한 일인데 임기말에 불거진데다 국장급 업무보고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표출된 이례적인 사례라할 수 있다. 여태 전임 단체장과 연관 짓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것 역시 공직사회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자칫 여성 공무원들을 홀대한다는 취지로 일반시민에 전달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하고, 당사자에게도 경고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을 맡은 한대수 전 시장(상당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이나 같은당 지방선거 경쟁자들과의 역학관계까지 거론될 정도여서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잠재적 시장 후보자들에게 누구누구가 줄을 댔다더라는 식의 말까지 거론되는 등 공직내부의 정치적 관계까지 회자된다. 새삼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자치단체 돌아가는 사정을 들여다보면 공직자와 지방선거는 별개여야하지않냐는 원론적 얘기가 일부 공직자들 탓에 '공자님 말씀'이 되곤한다. 민선4기 지방선거에서만 봐도 일부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그치지 않았다. 공무원이 별도 선거 사무실을 만들어 운영했다는 사례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빌려줬다는 소문도 들린다. 선거운동을 도우라며 부인을 내보냈더니 당선된 단체장이 다른 공무원의 부인으로 알아 바로잡느라 애를 먹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후보 부인 선거일정을 일일이 챙기며 비서 역할을 했다는 공무원에 도정 자료를 죄다 챙겨 바쳤던 공무원의 행태까지. 청주시장, 충북지사 선거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로 공직사회에서 회자되는 몇몇 사례이다. 주병덕 충북지사 시절에는 공무원 7~8명이 수천만원씩 대출 받아 선거자금으로 빌려준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공무원들을 단체장이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인데 적어도 사례에 거론된 고위 공무원 대부분은 아무렇지 않게 잘 산다. 승진과 보직을 제대로 꿰차고 나가더라는 소리이다. 줄선 후보가 낙선돼 '독박'쓸 처지에 놓였던 공무원들도 있다. 주 지사 시절 얘긴데 낙선자 편에 섰던 한 고위 공무원은 선거가 끝나자 부인과 함께 공관을 찾아 큰 절로 사죄하는 방법으로 '사지(死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다시 줄을 대 대부분은 양지를 다시 찾더라는 소리이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반목과 질시, 원망이라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어떨까. 이미 선거를 겨냥한 인사, 편가르기 양상이 보인다. 줄 대고, 줄 세우는 공무원과 단체장은 또 있을 것이다. 그런 짓 하지 말라면 호랑이더러 '고기' 끊으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태 탓에 일할 맛 나지 않는다는 대다수 공직자들이나 유권자들의 가혹한 평가도 염두에 둬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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