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해법 '국민의 마음'에서 찾아라
세종시 해법 '국민의 마음'에서 찾아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24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충청권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원래 품성이 그렇다.

영호남권이 훨씬 더 난리법석이다.

요즘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일간지의 글들을 보면 세종시로 촉발된 민심이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 잘 대변해 준다. 과거 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의 매일신문은 24일자 칼럼에서 '미생(尾生)보다 못한 국무총리'라는 제목으로 "지금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를 보면 마치 다리 밑에서 빠져 죽은 미생지신(尾生之信=미생의 신의)을 보는 듯하다. 무슨 수를 쓰든 새 도시를 만들어서 충청도 사람들(또는 표밭)을 속이지 않았다는 소리만 듣겠단 생각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산일보도 이날자'오락가락 세종시 계획, 지방은 가슴 졸인다'라는 사설을 통해, "세종시를 위한 온갖 특혜성 발언들이 난무하면서 '세종시 빨대효과'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들어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을 사실상 반대해온 정부가 정원까지 늘려준다고 한다. 급기야 지역에서 둥지를 크게 틀 기업마저 세종시로 끌어당기려 하고 있다.'특혜 세일'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로 표현하고 있다.

광주일보는 사설에서 "기업과 대학을 끌어 모아 일단 숫자나 채워 놓고 보자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세종시를 어떤 성격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건지 개념부터 분명히 하는 것이 순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영호남에서 불만이 고조되는 것은 세종시에 기업과 교육, 연구기능의 집중에 따른 빨대효과(Straw effect)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말 그렇다면 역으로 충청권은 즐겁게 반겨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절망과 낙담만 휩쌓여 있다. 아무리 따져 봐도 이런 대안은 중앙행정부처가 내려오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또 기준과 원칙없이 땜질식으로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 주체들에 대한 신뢰성 상실은 더 문제다.

우선 세종시를 무슨무슨 도시로 만들겠다는 간판부터 보자.

'기업중심 도시'로부터 '경제도시', '과학 콤플렉스(복합)도시', '교육과학도시'라는 용어까지 나온다. 이렇다보니 야당이나 시민단체들로부터 '짬뽕도시 잡탕도시'라는 말도 들을 만하다.

구체적으로 내놓는 대안들도 행정중심복합도시 당초 조성안보다 나은 것이 없다.

결국 4년 전 국회에서 논의 끝에 폐기한 한나라당의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를 정부가 새로운 세종시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세종시 논쟁은 갈 데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충청도민들의 성격을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하자는 것이냐"는 막말도 나온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다.

그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7일 세종시 수정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입장을 직접 밝힌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100분간 MBC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나와 대선과정에서 세종시 원안추진을 약속하고 한나라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찬성했던 것에 대해 사과한 다음 세종시 계획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는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접근법으로는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는 이미 틀렸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협조를 구하지 않는다. 그저 국민의 마음과 생각을 읽고 행동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