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숨을 고르고 생각해 봅시다
한번 숨을 고르고 생각해 봅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2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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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세종시 망령이 지역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지금, 언뜻 언뜻 떠오르는 고민이 또 하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도 문제가 무엇인지를 공감하고 있고, 또 누군가가 나서기를 하나같이 바라고 있다. 다름아닌 충북협회 얘기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곧 새해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때쯤이면 충북협회는 내년 신년교례회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날짜를 한참 앞서 초청장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오는 12월 말이나 신년벽두에 행사를 알린다고 해도 지금부턴 워밍업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신년교례회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도지사가 참석하느니 안하느니로 신경전을 벌이는가 싶더니만 느닷없이 충북협회장이 20여억원의 인재양성기금을 쾌척한다는 말까지 나돌아 도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허무했다. 충북도와 충북협회가 의기투합은커녕 서로 험한 말까지 주고 받으며 반목하는 바람에 밖으로 한껏() 망신살을 샀는가 하면, 잔뜩 기대를 부풀게 했던 거액의 장학기금은 단 한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이런 목불인견의 해프닝이 재판될 가능성이다.

지난해 신년교례회 때는 충북협회가 하나였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지금은 협회가 두 개나 되고 회장 역시 이필우 박덕흠 두 명인 채로 각각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서 충북협회의 신년교례회는 자칫 두 번이나 나눠서 열릴 판이다. 만약 서로가 행사를 갖겠다면 도지사는 물론 지역의 유지급들이 또 한 차례 헷갈리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차제에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자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제3의 결사체다. 현재의 이필우 박덕흠 체제가 끝간 데 없이 대립하는 형국에선 차라리 충북도민회 등 새로운 이름의 출향인사 모임을 만들자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필우 박덕흠 중에 누가 옳고 그르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방치만 할 수 없다는 자책감에서 뜻있는 이들이라도 한번 뭉쳐보자는 발상인 것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두 체제에 관여하는 인사들까지 자연스럽게 합세시키고 도지사는 물론 지역의 명망있는 인사들이 새로운 조직에 힘을 실어준다면 답이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물론 친목 성격이 강한 충북협회에 뭐가 아쉬워서 목을 매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이-박 두 체제가 서로 으르렁거리면서부터는 아예 협회 자체를 무시하자는 여론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충북협회는 이미 사적인 영역을 넘어선 존재가 됐다. 어쨌든 외지에서 그것도 중앙무대에서 충북을 대변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고, 그 책임을 다하라는 주문이 도민들로부터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치에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다. 자신을 키워준 고향이 세종시의 딜레마에 휘둘리며 신음하고 있는데도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낸 적이 없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권이 세종시를 제멋대로 흔들어대고 심지어 세종시를 때려잡는 일에 충청인이 앞잡이가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그러면서 충북협회의 파행은 그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자책하는 것이다.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제발 누구라도 좀 나서라는 것이다. 개인이 됐건 혹은 단체가 됐건 뒤에서만 고민하지 말고 그 좋은 뜻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충북협회가 두 개로 갈라져 하찮은 신년교례회까지 고민해야 하는 지금의 모습은 바로 이 시각, 충청이 처해 있는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무슨 행사라도 열리게 되면 득달같이 달려가 낯을 내는 그 잘난 사람들부터 우선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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