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대동단결 촉발한 세종시 기업도시화 방침
영호남 대동단결 촉발한 세종시 기업도시화 방침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9.11.20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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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1. 우리나라 5대 그룹의 본사 중 하나가 세종시로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여권의 핵심 관계자 한 명이 재계 서열 5위 이내의 대기업 헤드쿼터(본사) 한 곳이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하며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게 사실일까 의아해하면서 그 파장을 생각해봤는데, 한 마디로 난센스다.

국내 5대 그룹이라면 삼성과 현대차, LG, SK, 롯데 정도인데 이들 중 하나가 본사를 세종시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외국 바이어들이 피곤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세종시까지 거리는 차로 빨리 가야 2시간이 넘는다. 바쁜 일정 속에 한국 기업과 투자를 상담하고 관련 공장도 둘러보고 해야 할 바이어들이 숙박시설도 변변치 않을 세종시를 오가며 겪을 고충이 눈에 선하다.

대기업 본사 임직원들도 물론 고생길 시작이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인천공항을 들락거려야 하는데 거리가 만만치않다. 인근에 청주공항이 있다지만 이곳에선 국제선이 취항하지 않아 무용지물일 뿐이다.

손님맞이에도 골치가 아플 것 같다. 새로 조성될 세종시는 서울특별시의 인프라를 물론 영원히 따라갈 수 없다. 잠을 재우는 일도, 음식과 관광 등 모든 면에서 접대하려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이 생길 터. 이런 지경인데, 분초를 다투며 외국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대기업들이 대한민국 경제 수도인 서울을 벗어나 본사를 지방에 둘 수 있을까.

2. 정부가 세종시 수정방침을 정하면서 꺼내 든 무기는 '자족도시'다. 행정부처, 9부 2처 2청의 이전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효율도 없으니 아예 원안을 백지화하고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 청사진을 보면 세종시는 2030년까지 50만 명이 살게 된다. 정부는 세종시 원안에 있는 공공 기관 이전으로 5만 명의 인구 유입 효과밖에 없다며 원안 추진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수정안, 사실상 새 방안으로 기업과 병원, 대학을 유치해 10만 명의 근로 인력을 유입시키고, 상업 등 관련 서비스업종의 유발 고용 10만 명, 가구당 2.5명을 기준으로 한 부양가족 30만 명 등으로 인구 50만 명을 채운다고 밝혔다.

말은 그럴싸한데 이게 기업도시라는 점에서 타지방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당장 대구시가 반발에 나섰다. 첨단복합의료단지를 유치한 대구는 세종시에 의료단지와 중복되는 기관, 기업의 입주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천 혁신도시, 충주 기업도시를 추진 중인 충북도 역시 정부 안에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충북이 가장 반발하는 것은 세종시가 기업과 함께 주변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영호남에서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대구의 매일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대구·경북이 세종시를 대한민국 대표 기업도시로 만들려는 정부의 역차별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세종시에 특혜를 주면서) 다른 지방은 알아서 하라는 정부의 방침에 '대한민국엔 세종시밖에 없나'라는 불평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영호남의 대동단결까지 촉구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그는 최근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힘을 합쳐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호남에서도 역시 역차별을 거론하며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과연 세종시의 기업도시화가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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