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정몽준
박근혜와 정몽준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9.11.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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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산업화와 민주화 사이에 재평가를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딸. 대통령까지 도전했던 최대 재벌가의 아들.

세인들의 '박근혜와 정몽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인 두 사람은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잠룡(潛龍)이다.

그러나 두 주자들의 정치적 신뢰감은 엄청나게 엇갈린다.

박근혜 전 대표는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의 패배를 깨끗히 승복하고 경쟁 후보를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시킨 주역이다. 이에반해 정몽준 대표는 아직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단일화를 이뤄내고도 선거일 전날 지지를 철회했다.

단적인 비교인지는 몰라도 이들의 정치적 신의와 믿음은 이런 것들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둘에 대한 평가는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진행되는 최근의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며 "행복도시법 통과에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해 12월 12일 아산·천안·연기·부여·서대전을 돌며 한 지원유세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주시면 여러분과 힘을 합쳐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 아직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행정도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나는 행복도시법 통과에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 그리고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켰다. 행복도시는 단순히 행정부처만 옮겨와서는 안 된다. 행정과 과학, 산업과 문화의 다기능 자족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여러분의 염원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킨다. 내가 여러분에게 약속을 드리겠다"고 했다.

세종시는 어떤 사안보다도 박 전 대표에게 엄중하다. '정치생명'을 걸었던 만큼 이번에도 '정치생명'을 걸고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 알파'는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정몽준 대표는 어떤가.

정 대표를 비롯한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핵심 당직자들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행정도시 원안추진이 '당론'이라고 국민들에게 수차례 약속을 했다. 중부 4군 보궐선거 현장에서 이뤄진 최고위원회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재보선에서 패배한뒤 정 대표는 원안고수론과 수정론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좀 더 충실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어중간한 어조였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정 대표는 여권 핵심부가 밀고 있는 수정론에 확실히 발을 담갔다.

정 대표는 지난주 11일 라디오 연설에서 "행정부처를 나누는 것은 국가운영면에서 비효율이고 낭비"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행정도시 수정론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한나라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이른바 당 3역은 행정도시 반대론자들로 채워지게 됐다.

결국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대표 스스로 당론을 어기거나 번복해 정부의 주문에 따라 행정도시를 축소하거나 백지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꼴이 됐다.

정 대표의 선택이 국민들에게 또다시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적어도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에게 한참 뒤지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2006년 지방선거 지원유세 중 박근혜 전 대표는 면도칼에 안면이 상해를 입으면서까지 "대전은요" 라는 병원에서의 첫 물음으로 충청권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4년 전의 추억 때문일까. 아니면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까. '원안+α'를 내세운 박근혜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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