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한 두 가지 여론 조사 결과
세종시에 대한 두 가지 여론 조사 결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9.11.11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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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어제, 국무총리실이 불쾌해 할 뉴스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일 여론 조사를 했다. 정운찬 총리의 업무 수행능력 평가에 대한 조사였는데 '못한다'고 한 응답자가 46.0%인 반면, '잘한다'고 한 응답자는 27.1%에 불과했다. 총리직을 맡은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생뚱맞게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게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이 여론 조사결과는 대체로 세종시 수정 추진에 대한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충청과 호남권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답이 많았으며 야당 지지층과 20~30대 젊은 층에서 특히 못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아니, 그동안 며칠이나 됐다고. 취임한 지 불과 40일 밖에 되지 않은 총리의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니.' 하는 볼멘소리가 총리실에서 나올 법도 하다.

KSOI는 11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발언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정부와 세종시 수정론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 발언에 대해 물었는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발언이다'라는 응답이 46.1%였다. '충청권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응답은 35.2%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인터넷에서 이 뉴스를 접한 뒤 여론 조사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KSOI에 전화를 걸었다. "조사 의뢰기관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자체적, 자발적으로 한 여론 조사란다. 왜 했느냐는 질문엔 "정기적으로 국가적 현안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해서 발표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이 돌아왔다. 세종시 수정론을 깎아 내릴 저의가 없으며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측정해 전달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었다.

이 두 가지 결과, 정 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주는 의미는 뭘까. 정치는 신뢰라는 얘기이고, 세종시는 원안대로 가야한다는 민심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업무 수행 평가라고는 하지만 정 총리에 대한 민심은 세종시 수정안에 총대를 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렇다 할 대안도 없으면서 뜬금없이 기업형 도시를 거론한다거나 내년까지 새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 등등이 민심에 이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데도 당정은 총리를 내세워 기업형 도시를 강행할 방침이다. 세종시 땅값을 3.3당 40만원대로 낮춰 기업들이 입주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말이 나오자 벌써 충청권의 공장 부지 땅값이 폭락하고 있다. 주변에 형성된 3.3당 80만~100만원 정도의 공장 부지 값이 비싸게 인식되면서 거래 문의조차 뚝 끊겼다.

세종시가 기업형 도시로 건설될 경우 충청권내의 역차별로 인한 공동화도 우려되고 있다. 싼 땅값을 미끼로 세종시에 기업들을 대거 유치한다면 충청권의 다른 지역에 어떤 기업이 들어올 것이냐는 반문이 벌써 나오고 있다. 당장 예산과 홍성에 조성되고 있는 충남도청 신도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가 도청 신도시를 자족형 도시로 만들기 위해 기업 유치 계획을 세웠지만 기업들로선 서해안 변두리에 있는 도청 신도시보다 KTX가 씽씽 달리고 공항을 낀, 게다가 땅값까지 싼 세종시를 선호할 것이 분명할 터. 충남도는 이제 도청 신도시가 유령 도시로 전락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종시 수정 방침, 정부와 총리의 고집이 경제 회생에 진력을 기울여야 할 2009년 가을 대한민국을 삐걱거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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