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달랠 수가 있을까
누가 그를 달랠 수가 있을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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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
김정자<충북문인협회장>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 마지막 날 전시관을 돌아볼 생각으로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행사관계자가 주차장 안에 공간이 많은데도 다른 곳에 주차하라는 것이다. 주차공간이 많은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곳은 행사 관계자들만 주차할 수 있다며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차를 다른 곳으로 빼라고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에게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라 주차가 서툴다며 사정을 해 보았으나 "나이 많은 게 무슨 자랑이냐"라며 나가란다. 안 그러면 견인차를 부른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마치 젊은이가 늙은이를 무시하는 바로 그런 태도였다. 소속이 어디인가를 물었더니 더욱 화를 내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이라며 눈을 아래위로 굴렸다.

할 수 없이 식당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관람하는 내내 우리 부부는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어도 기분이 상해 찝찝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볼일 보는 틈을 타서 그 젊은이에게 갔다. 내심 그 젊은 청년이 언젠가는 사회생활을 할 것인데 어찌 성질이 그렇게 모가 났나 싶은 모성애가 유발해서다.

"학생!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부모님 같은 연배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좀 그렇잖나? 더구나 주차 공간이 지금도 많이 비어 있네. 이렇게 좋은 행사장에 무엇보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를 쏘아보았다. 두 손으로 자기 양쪽 뺨을 수없이 때리면서 "자 이렇게 하면 되겠어요?" 하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그 청년의 뺨이 새빨갛게 변했다. 그 옆에는 모범운전자 아저씨가 정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모자를 내려쓴 채 눈만 멀뚱멀뚱거리며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분을 경찰관으로 착각하고 "경찰관 아저씨 말씀 좀 해 보세요."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모르는 척 눈을 감았다.

그 학생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한쪽에 긴 막대가 놓여 있는 것을 가져오더니 "이걸로 내가 죽도록 저를 팰까요?" 하면서 그 막대로 자기 다리를 내리쳤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그 모범운전자는 여전했다. 슬그머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자식보다도 훨씬 어린 그 젊은이의 앞날이 걱정되어 좋은 말로 타이르려 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나는 오히려 그 학생을 달랬다. "알았어요. 그러지 말아요. 내가 미안하게 된 것 같네. 오늘 학생의 기분이 그렇게 나쁜 줄은 몰랐어요." 라며 거꾸로 비는 쪽이 되어 버렸다. 식식거리며 나를 쏘아 보는 눈초리를 뒤로 한 채 간신히 그 자리를 모면했다.

자해, 공갈이란 일부러 자신에게 물리적 충격을 줘서 남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만 들었지 내 앞에서 실제로 모르는 사람이 나를 향해서 자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렇게 딱한 청년 앞에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것 하나 신통한 일이 없고 소요한 뉴스만이 난무하다보니 안팎도 없고 아래위도 없이 부도덕한 일로 많은 사람이 신경만 예민한 세상이다. 내가 만난 젊은이의 아픔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는 내가 감히 짐작도 못 하리만큼 뼈아픈 일들이 그의 가슴속 깊은 곳까지 자리 잡고 있으리라. 그런 줄도 모르고 부모 된 입장만 내세우고 그 젊은이에게 계도하려들었던 내가 부끄럽고 창피했다. 오직 그에게는 귀찮고 답답한 노인이었으리라.

그의 마음의 상처가 언제쯤 치유되어 밝고 맑은 청소년의 눈빛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날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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