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외래어종 확산자를 고발한다
13. 외래어종 확산자를 고발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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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다큐 위기의 야생(野生)
생태균형이 깨져 괴산호 상류에 갑자기 늘어난 참마자

산골 저수지까지 '묻지마 방류'

먹이환경·서식지 교란…“생태에 대한 테러” 규제 목소리 고조

글·사진 김성식 생태전문기자 노진호기자


외국산 민물고기가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도.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려 2백20종이 넘는 외래어종이 유입됐다. 국내산 민물고기가 총 2백4종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많은 숫자다. 토종 물고기 수보다 외래어종 수가 더 많아진 오늘날 우리 수중 생태계는 크게 변해 있다.

물론 국내에 유입된 외래어종 모두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그중 많은 종이 관상용, 실험용, 양식용 등으로 들여와져 본래 목적대로 길러지고 있다. 문제는 당초부터 자연수계에 풀어놓아져 국내 환경에 적응된 외래어종들이다.

2009년 현재 국내 수계에 토착해 민물고기 목록에 수록된 외래어종은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초어, 백련어, 대두어, 찬넬동자개, 은연어, 무지개송어, 블루길, 큰입배스, 나일틸라피아 등 11종이다. 이들이 민물고기 목록에 올랐다는 것은 국내 어류상이 그만큼 변했다는 증거다.

이들 외래어종 중 고유 생태계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종은 국내 대부분의 수계에 토착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떡붕어와 블루길, 큰입배스다. 떡붕어는 토종 물고기의 알을 먹거나 토종 붕어와의 교잡을 통해,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의 알과 치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음으로써 수중 생태계의 질서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 누가 왜 확산시키나

지난 10월 27일 충북 보은의 종곡저수지. 속리산 근처에 있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자그마한 저수지에서 한 낚시꾼이 육식성 어종을 낚는 루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대낚시가 아닌 루어낚시를 하는 게 의아해 물었더니 외래어종인 큰입배스를 잡고 있다고 했다. 청주에서 왔다는 그는 "루어낚시 동호인 소개로 알게돼 2년째 이곳 저수지를 찾고 있다"며 잡아놓은 배스들을 들어보였다.

저수지 아래의 종곡리 주민에게 사연을 물었다. 주민 김모씨(56)는 "4~5년전 어느 낚시꾼이 배스를 갖다넣은 뒤 급속도로 번져 지금은 아예 토종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대낚시꾼은 보이지 않고 외지서 오는 루어낚시꾼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저수지 자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인근 주민들만 찾아 붕어 낚시를 하던 전형적인 산골저수지였는데 큰입배스가 유입된 후부터는 루어낚시꾼만 찾는 전혀 딴판의 저수지가 됐단다.

인근의 장재저수지를 찾아가 봤다. 말티재 아래에 위치한 이 저수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입된 어종이 블루길과 떡붕어란 것이 달랐다. 보은읍에서 왔다는 박모씨(47)는 "뱀장어와 붕어, 잉어를 잡기 위해 릴낚시를 드리우면 엉뚱하게도 손바닥 만한 블루길과 떡붕어만 잡혀나온다"며 "예전에 많던 붕어 등 토종 물고기가 사라져 대낚시를 못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속리산 동남쪽의 삼가저수지는 큰입배스와 블루길, 떡붕어가 모두 유입돼 있다. 삼가저수지서 만난 주민 이모씨(51·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는 "외래어 낚시를 하는 낚시꾼과 낚시점 주인이 일부러 풀어넣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유입경로를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낚시꾼들은 낚시꾼들대로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낚시터 확보를 위해 외래어종을 계속 확산시키고 낚시점 주인들은 루어낚시와 루어(인조미끼) 등 낚시용품을 팔기 위해 갖다 넣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생태계 교란 심각

외래어종, 특히 큰입배스와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된 곳은 비단 이들 저수지만이 아니다. 산골 끝자락에 위치한 아주 작은 저수지까지도 거의 대부분 이들 외래어종이 점령했다. 오죽하면 "전국 수계의 75% 이상이 완전 점령됐다"는 주장까지 있겠는가. 최근엔 인공댐호로는 유일하게 그동안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았던 괴산호까지 떡붕어와 큰입배스, 블루길이 확산돼 개체수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괴산호의 경우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외래어 낚시 동호인들이 풀어넣고 떡붕어는 토종 물고기 치어방류 과정에서 함께 유입된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이들 외래어종이 유입된 수역의 공통점은 서식어종이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침입자격인 외래어종은 개체수가 급속히 느는 반면 기존의 토종 물고기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거나 일부 어종만 개체수가 급증하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외래어종에 의해 토종 물고기의 알과 치어가 잡아먹히거나 먹이환경 또는 서식지가 교란되는 등 생태계 질서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실례로 괴산호는 외래어종이 유입되기 전인 3~4년전까지만 해도 토종 붕어의 낙원이라고 불렸을 만큼 붕어가 많이 서식했는데 지금은 어부들이 그물을 쳐도 붕어는커녕 동자개, 참마자 같은 토종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반면 떡붕어와 교잡종 붕어(떡붕어와 토종 붕어 사이에서 생겨난 일명 희나리), 블루길, 큰입배스는 부쩍 늘었다.

더욱 심각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외래어종이 괴산호 상류쪽으로 번져나가 달래강의 생태까지 뒤바꿔 놓고 있다는 점이다. 괴산 청천서 허가어업을 하고 있는 이진의씨(56)는 "2~3년전부터 큰입배스가 그물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토종물고기의 어획량과 종류가 크게 줄어든 데다 예전에 잘 보이지 않던 누치가 부쩍 늘어나는 등 어류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 "규제 필요성" 이구동성

외래어종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는 주체가 외래어 낚시를 좋아하는 일부 낚시꾼과 낚시점 주인들이란 인식은 비단 보은군 관내서 만났던 저수지 인근 주민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달래강을 비롯한 남한강 수계와 금강 수계서 어업하는 대다수 어민들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더욱이 현지 어민들은 외래어종의 확산에 따른 피해 당사자란 점에서 외래어종을 무분별하게 퍼트리는 행위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강 수계의 허가어업자인 이모씨(53)는 "과거 외래어종을 유입하는 데 앞장 섰던 관계기관까지 나서 퇴치 및 확산 방지에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자신들의 취미생활과 이득을 위해 생태위해종을 마구 풀고 다닌다는 것은 시대적 역행이자 자연생태계에 대한 테러나 다름없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달래강 수계의 어업인 조모씨(62)도 "한쪽에선 잡아 없애느라 고생하는데 한쪽에선 열심히 풀고 다니며 잡았던 고기도 살려주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외국산 민물고기가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63년도.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려 2백20종이 넘는 외래어종이 유입됐다. 국내산 민물고기가 총 2백4종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많은 숫자다. 토종 물고기 수보다 외래어종 수가 더 많아진 오늘날 우리 수중 생태계는 크게 변해 있다. 물론 국내에 유입된 외래어종 모두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그중 많은 종이 관상용, 실험용, 양식용 등으로 들여와져 본래 목적대로 길러지고 있다. 문제는 당초부터 자연수계에 풀어놓아져 국내 환경에 적응된 외래어종들이다.2009년 현재 국내 수계에 토착해 민물고기 목록에 수록된 외래어종은 이스라엘잉어, 떡붕어, 초어, 백련어, 대두어, 찬넬동자개, 은연어, 무지개송어, 블루길, 큰입배스, 나일틸라피아 등 11종이다. 이들이 민물고기 목록에 올랐다는 것은 국내 어류상이 그만큼 변했다는 증거다. 이들 외래어종 중 고유 생태계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종은 국내 대부분의 수계에 토착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떡붕어와 블루길, 큰입배스다. 떡붕어는 토종 물고기의 알을 먹거나 토종 붕어와의 교잡을 통해,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의 알과 치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음으로써 수중 생태계의 질서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지난 10월 27일 충북 보은의 종곡저수지. 속리산 근처에 있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자그마한 저수지에서 한 낚시꾼이 육식성 어종을 낚는 루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대낚시가 아닌 루어낚시를 하는 게 의아해 물었더니 외래어종인 큰입배스를 잡고 있다고 했다. 청주에서 왔다는 그는 "루어낚시 동호인 소개로 알게돼 2년째 이곳 저수지를 찾고 있다"며 잡아놓은 배스들을 들어보였다. 저수지 아래의 종곡리 주민에게 사연을 물었다. 주민 김모씨(56)는 "4~5년전 어느 낚시꾼이 배스를 갖다넣은 뒤 급속도로 번져 지금은 아예 토종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대낚시꾼은 보이지 않고 외지서 오는 루어낚시꾼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저수지 자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인근 주민들만 찾아 붕어 낚시를 하던 전형적인 산골저수지였는데 큰입배스가 유입된 후부터는 루어낚시꾼만 찾는 전혀 딴판의 저수지가 됐단다.인근의 장재저수지를 찾아가 봤다. 말티재 아래에 위치한 이 저수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입된 어종이 블루길과 떡붕어란 것이 달랐다. 보은읍에서 왔다는 박모씨(47)는 "뱀장어와 붕어, 잉어를 잡기 위해 릴낚시를 드리우면 엉뚱하게도 손바닥 만한 블루길과 떡붕어만 잡혀나온다"며 "예전에 많던 붕어 등 토종 물고기가 사라져 대낚시를 못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속리산 동남쪽의 삼가저수지는 큰입배스와 블루길, 떡붕어가 모두 유입돼 있다. 삼가저수지서 만난 주민 이모씨(51·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는 "외래어 낚시를 하는 낚시꾼과 낚시점 주인이 일부러 풀어넣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유입경로를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낚시꾼들은 낚시꾼들대로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낚시터 확보를 위해 외래어종을 계속 확산시키고 낚시점 주인들은 루어낚시와 루어(인조미끼) 등 낚시용품을 팔기 위해 갖다 넣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외래어종, 특히 큰입배스와 블루길, 떡붕어가 유입된 곳은 비단 이들 저수지만이 아니다. 산골 끝자락에 위치한 아주 작은 저수지까지도 거의 대부분 이들 외래어종이 점령했다. 오죽하면 "전국 수계의 75% 이상이 완전 점령됐다"는 주장까지 있겠는가. 최근엔 인공댐호로는 유일하게 그동안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았던 괴산호까지 떡붕어와 큰입배스, 블루길이 확산돼 개체수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괴산호의 경우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외래어 낚시 동호인들이 풀어넣고 떡붕어는 토종 물고기 치어방류 과정에서 함께 유입된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이들 외래어종이 유입된 수역의 공통점은 서식어종이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침입자격인 외래어종은 개체수가 급속히 느는 반면 기존의 토종 물고기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거나 일부 어종만 개체수가 급증하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외래어종에 의해 토종 물고기의 알과 치어가 잡아먹히거나 먹이환경 또는 서식지가 교란되는 등 생태계 질서가 파괴됐기 때문이다.실례로 괴산호는 외래어종이 유입되기 전인 3~4년전까지만 해도 토종 붕어의 낙원이라고 불렸을 만큼 붕어가 많이 서식했는데 지금은 어부들이 그물을 쳐도 붕어는커녕 동자개, 참마자 같은 토종 물고기가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반면 떡붕어와 교잡종 붕어(떡붕어와 토종 붕어 사이에서 생겨난 일명 희나리), 블루길, 큰입배스는 부쩍 늘었다. 더욱 심각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외래어종이 괴산호 상류쪽으로 번져나가 달래강의 생태까지 뒤바꿔 놓고 있다는 점이다. 괴산 청천서 허가어업을 하고 있는 이진의씨(56)는 "2~3년전부터 큰입배스가 그물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토종물고기의 어획량과 종류가 크게 줄어든 데다 예전에 잘 보이지 않던 누치가 부쩍 늘어나는 등 어류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증언했다.외래어종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는 주체가 외래어 낚시를 좋아하는 일부 낚시꾼과 낚시점 주인들이란 인식은 비단 보은군 관내서 만났던 저수지 인근 주민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달래강을 비롯한 남한강 수계와 금강 수계서 어업하는 대다수 어민들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더욱이 현지 어민들은 외래어종의 확산에 따른 피해 당사자란 점에서 외래어종을 무분별하게 퍼트리는 행위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강 수계의 허가어업자인 이모씨(53)는 "과거 외래어종을 유입하는 데 앞장 섰던 관계기관까지 나서 퇴치 및 확산 방지에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자신들의 취미생활과 이득을 위해 생태위해종을 마구 풀고 다닌다는 것은 시대적 역행이자 자연생태계에 대한 테러나 다름없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달래강 수계의 어업인 조모씨(62)도 "한쪽에선 잡아 없애느라 고생하는데 한쪽에선 열심히 풀고 다니며 잡았던 고기도 살려주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 외래어종의 프로파게이터 ?현재 외래어종을 퍼트리는 주체로서 가장 지목받고 있는 자들이 루어낚시 동호인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무분별하게 큰입배스를 확산시키고 있어 비난과 함께 규제 여론이 높다.
루어낚시에 잡힌 큰입배스.
'물속의 폭군' 큰입배스가 갈겨니를 잡아먹고 있다.
'물속의 사냥꾼' 블루길이 납자루를 집어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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