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의 삶 새로운 관점서 접근해야"
"벽초의 삶 새로운 관점서 접근해야"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0.29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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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긴급토론회 '홍명희문학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통일문학 지평 연 최고봉… 문학관 설립 제안

北 정권 고위핵심인물… 민족영웅 추앙 안될말

소중한 문화자원… 관련단체 협의 대안 찾아야


충북작가회의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홍명희문학제'는 올해 14회째를 맞아 괴산군 자치단체가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지역 작가에 대한 문학사 조명을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괴산 군내 보훈단체는 홍명희의 월북행적에 대한 부분도 분명하게 조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서 공동개최가 전격 무산됐고 충북작가회의는 지난 24일 청주일원에서 홍명희문학제를 독자적으로 개최했다.

이언구위원장 권희돈교수 최태환 지회장 정진수 연구원 김병준 대표 류재화 지회장


이에 충청타임즈는 29일 오후 2시 괴산 제월대에서 '홍명희문학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이언구 충북도의회 건설문화위 위원장 사회로 권희돈 청주대교수가 발제를 하고 최태환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괴산군 지회장, 정진수 청주대 국어문화원 연구원, 김병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괴산군유자녀 대표, 류재화 괴산군 문인협회 지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권희돈 청주대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홍명희 문학제를 생각하는 세 개의 눈'이란 주제로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점에서 홍명희를 조명했다.

권 교수는 "홍명희문학제의 시작은 매우 힘들었지만 매년 거르지 않고 행사를 지속해오면서 가치있는 문화적 자료를 축적해 왔다"며 "정치 사회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홍명희문학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문제는 선생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품격 있는 문학제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점"이라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3가지 방식의 홍명희 바라보기를 제시했다.

'과거역사의 현재화'란 관점에서 "홍명희 선생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우리는 홍명희 선생의 삶에서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홍명희 선생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홍명희 선생이 그 시대에 실천했던 것처럼 실천한다면, 오늘의 우리들이 실천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에 둔다며 "선생이 민족 전체가 식민지 계급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일본제국주의에 맞선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민족의 화해를 저해하는 모든 장애와 맞서는 것이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는 길"이라며 이러한 정신 고양을 우선으로 꼽았다.

소설 '임꺽정'에 대해 "언어, 문화, 지리, 심리, 풍속, 음식, 의상, 건축, 놀이, 무술 등이 순조선의 삶과 숨결로 고스란히 내장되었을 뿐 아니라,통일문학의 지평을 광활하게 펼쳐보인 한국리얼리즘문학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며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담아낼 홍명희 문학관 설립을 제안했다.

지역 문화자원으로의 활용으로 스토리텔링을 제시한 권 교수는 "현대인들은 무겁고 딱딱하고 차가운 것보다 가볍고 부드럽고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홍명희 선생과 소설 임꺽정은 스토리텔링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명희 문학제를 두고 이 지역 사람들이 설왕설래하지만 머지않은 날에 괴산은 홍명희 선생 때문에 풍족해질 것"이라며 "민중과 함께한 홍명희 선생의 정신을 이어갈 첫 출발점이 홍명희문학제"로 기관과 민간단체의 참여는 고무적이다.

이어 열린 찬반 토론에서 최태환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괴산군 지회장은 "홍명희 일가의 월북행적에 대한 분명한 경력도 조명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 문학제 개최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고 "소설 임꺽정이 문학적인 가치가 뛰어나고 그가 일본정치 때 독립운동가라 하지만 북한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핵심 인물인 홍명희를 기리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진수 청주대 국어문화원 연구원은 "세계적인 도시들은 차별적이고 경쟁력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도시 조성과 이미지 활용에 역점을 둔 일단의 도시정책을 채택해 오고 있다"며 "미당 서정주나 홍난파도 친일한 행적이 있지만 각 자치단체에서 기념관을 지어 문화산업화하고 있다"고 밝혓다. 이어 "홍명희 문학제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괴산군유자녀 대표는 "동족상잔의 피비린내는 전쟁을 일으킨 북한공산정권의 만행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일생을 고통속에 살아온 우리 유가족이나 유자녀들은 그가 비록 장편소설 임꺽정의 저자라하여 문학적인 가치만으로 그를 우리지역에서 태어난 불세출의 작가로 추앙되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진보적인 작가들이 홍명희를 민족의 영웅인 양 추앙하며 문학제를 개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류재화 괴산군 문인협회 지회장은 "전쟁이라는 씻지못할 과오는 민족의 비극으로까지 이어지며 다시 이 같은 이유로 13년전부터 시작한 홍명희 문학제가 괴산이 아닌 인근 시·군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는 것도 불행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보훈단체 등 관련 기관단체들과 충분한 협의와 새로운 방안을 찾기가 미흡했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각 단체가 구체적인 기획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또 "홍명희 문학제 명칭을 다른 명칭으로 바꾸어 주관한다든가, 아니면 또 다른 좋은 명칭도 찾을 수 있고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문학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홍명희 개인을 거부하기 이전에 우선 그의 공과 사를 구분하면서 서로를 포옹하고 아픔을 치유하며 문학제를 열어 갈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보수단체 격앙·분통

토론자 의견따라 간간이 소란도


토론회가 열리기 전, 행사장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애국이 먼저냐, 문학이 먼저냐'라고 쓴 검은색 플래카드를 벽면에 붙이는 등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

권희돈 교수의 주제발제에 이어 최태환 상이군경괴산지회장이 토론자로 나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며 "괴산에 있는 것은 홍명희 생가가 아니라 홍범식의 생가이고, 그에게 선생이라고 불리는 말도 듣기 싫다"며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토론자들의 의견에 따라 간간히 소란이 이어지자 사회를 맡은 이언구 충북도의회 건설문화위원장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토론의 의미를 살리자고 거듭 부탁과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방청객 토론에선 김종건씨가 발제자와 토론자에게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분이 있냐고 돌발 질문을 했는가 하면 또 다른 방청인은 군대를 갔다왔냐고 묻는 등 우회적으로 토론자들의 이력을 따지기도.

또 상이군경회 손태수씨는 "발제자나 토론자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 관점에서 홍명희 문학제를 이야기하지만 과거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격동의 시기에 아픈 역사이지만 이러한 논쟁은 홍명희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업보"라고. "민중의 혼을 그려낸 작가라 해도 북한의 부주석을 지낸 홍명희에 대한 공과 사는 분명히 함으로써 국가관의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며 지역의 경제나 이익은 홍명희가 아닌 다른 것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자녀인 김전순씨도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오히려 이해의 폭을 좁히는 것"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상처도 어루만져주면서 월북 행각과 문학사도 조명해야 한다"는 말로 홍명희를 기리는 문학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회를 맡은 이언구 위원장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모두 털어놓고 화해와 용서라는 커다란 그릇으로 품어 안아야 한다"고 말하고 "남을 미워하면 내가 더 괴로운 것인 만큼 먼저 용서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행사를 마친 뒤에도 보훈단체 회원들은 홍명희에 대한 불온한 이념과 사상을 토로하는 등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념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홍명희 문학제'와 관련, 본사 주최로 29일 괴산군 괴산읍 제월대 펜션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유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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