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10년전의 악몽
하이닉스, 10년전의 악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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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형제자매가 많던 시절 장남이라면 어머니로부터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말이 '장남이 잘 돼야 집안이 흥한다'였다. 가난한 집안일수록 장남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웠다.

충북지역 경제에서 장남은 누가 뭐래도 하이닉스반도체다. 외형이나 종사자 수등 여러면에서 최대기업이다.

그러나 내 기억에는 하이닉스가 좋을 때보다는 나빴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하이닉스가 왜 이렇게 꼬였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 원인은 꼭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9년 8월 청주에 터전을 잡고 있던 LG반도체는 경기도 이천의 현대전자와 합병을 한다. 말이 합병이지 LG는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억지로 넘긴 것이었다.

당시 일화는 많다. 우량기업이던 LG반도체가 현대로 넘어간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고 정주영 현대회장은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었고, 외환위기로 반도체 사업이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큰 거래를 뜻하는 빅딜(Big Deal)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하이닉스는 그후 불과 2년여만에 극심한 유동성위기를 겪었고, 결국 채권단 관리로 경영이 넘어갔다. 이후 반도체 경기의 반짝 회복과 자체 노력을 통해 전문 경영체제를 확보했지만 주인없는 회사로 아직 남아있다.

하이닉스는 이렇듯 최대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원인은 10년전 빅딜이 정치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경제논리로 풀어야할 사안을 정치논리를 적용하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종사자들과 지역사회에 남아 버렸던 것이다. LG오너가 청와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와 합병이 결정됐다는 후일담은 두고두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아픔을 간직한 하이닉스가 주인찾기에 본격 나섰다.

주인이 되겠다고 자처한 곳은 효성그룹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가 발표나고 주식시장에서는 양쪽 회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유는 자산 규모 6조원의 효성그룹 덩치로는 13조원의 하이닉스를 감당하기에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두 기업 모두 경영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특히 반도체사업은 업황의 기복이 크다. 롤러코스터 업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만해도 이번 3분기에 1조원대의 흑자를 냈지만, 올 1분기만해도 6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이닉스도 이번에 흑자를 낸 2090억원은 무려 8분기만이다. 이런 엄청난 적자를 견디어낼수 있냐가 관건이다.

인근 음성의 동부그룹을 보면 반도체가 그리 만만한 사업이 아님은 쉽게 알수 있다.

더욱이 효성은 현 정권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또다른 부담이다.

조석래 그룹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는 사돈 집안이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이 이 대통령의 사위다. 또 거래조건이 지나치게 효성측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도 시비거리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10년전 빅딜이 지금 생각나는 것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기업은 정치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좋다. 그리고 지역에서도 하이닉스가 또다시 고통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제는 지역 최대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행동하고 나서야 될 때가 됐다. 지역도 인정해주는 제대로 된 주인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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