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사는 '줄탁동시' 의 자세로
모든 감사는 '줄탁동시' 의 자세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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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언론 매체를 통해서 지켜본 소감은 한마디로 여전했다. 감사 행태가 그렇다. 지난주 충북도청 감사시 지역 정·관계를 대표하는 모 의원과 단체장의 설전으로 시작된 냉랭한 분위기가 그랬다. 중앙부처도 감사기관과 피감기관 관계자간에 오가는 질의응답이 마찬가지로 보였다. 서로를 우습게 보는 듯한 인상을 받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권위만 있고 배려는 없는 듯했다. 얼굴 알리기 위한, 공치사를 위한 생색내기식 발언 또는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감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들로부터 '알맹이 없는, 맹탕 감사'라는 빈축을 받을 만하다. 이런 감사 행태는 국가를 위해서나, 감사기관 등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한다.

감사기관은 노련해야 한다. 감사기법이나 피감기관에 대해 해박해야 한다. 그래야 권위 있는 감사가 가능하고, 피감기관이나 국민들도 수긍한다. 직책만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는 굴종적 감사가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문제제기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것이어야 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륜과 전문성을 구비해야 가능할 것이다.

감사는 피감기관의 정상적인 업무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과다한 자료제출 요구 때문에 공직자들이 기본업무는 뒷전으로 하고 감사기관만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럴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속 없는 맹탕·불량 감사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 자료 및 관계자 출석요구는 물론 질책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꺼리가 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권위도 서고, 피감기관도 국민도 수긍한다.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개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을 남발하거나 강요하는 식의 감사도 지양해야 한다. 피감기관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관련법규와 조직의 기능에 기초한 시스템에 의해 직무를 수행한다. 조직의 문제는 물론, 개선 방향도 해당기관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피감기관이 이미 알고 '조치했거나, 개선 중인 사안'까지 재탕하는 한 건주의식의 감사는 이제 더 이상 봐주기가 역겹다. 피감기관이 자체 해결 가능한 사소한 분야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필요시 질책 또는 의견을 제시하되, 현장의 리더가 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보장해 줘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질책하거나 시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감사기관은 군림이 아니라 지원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감사는 문제 제시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가 돼야 한다.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불합리한 감사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양보다 질' 위주로, 기득권 고수보다 국가 발전적 측면에서 말이다. 기억해야 한다. 감사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누가, 무엇이 문제인지 다 알고 있다는 사실도. 그동안 주변에 비쳐진 낯 뜨거운 감사모습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감사기관과 피감기관이 줄탁동시(줄啄同時)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호 존중과 경청, 그리고 협력하는 감사가 돼야 한다. 국익과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감사 기관 및 부서가 그래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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